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나 시집와서

황금횃대 2005. 4. 11. 21:46
 

내 시집 와서…(1)


그해 겨울은 비교적 따뜻했다

친구 집에서 선을 보고 한달 십팔일 만에 결혼했다


누구는 신랑감이 얼마나 뿅가게 맘에 들었으면 그렇게 결혼했나..하지만

나야말로 결혼도 무대뽀였다


걍 가서 살면 이것저것 다 맞춰지겠지..아니 맞출거 뭐 있나..사람 사는거이 다 거기서 거기지..하는 무식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선보고 세 번 더 만나고는 결혼하기로 약속을 하고 한밤중에 시댁에 가서 인사를 했다.


시골집 안방에서 아버님과 어머님이 주무시다가 엉겁결에 내 인사를 받으셨다

때는 겨울이라 방 안을 가로질로 빨래줄이 쳐져 있고 거기엔 빨래가 주렁주렁 달렸다

그리고 재봉틀 다리와 작은 문갑에 작대기를 이어서 메주가 낮츠막하게 빨래처럼 주렁주렁 달렸었다

(나는 속으로 어릴 때 외갓집에서 친구 집에 놀다가 메주 떼어 먹었던 재미있는 일을 생각해냈다..아! 저 메주 놀다가 떼어 먹으면 콩쪼가리가 맛있겠지? ㅎㅎ )


인사를 하고…

한밤에 다시 대구로 올라왔다

남편의 차를 타고 신동재를 넘어 오는데 안개가 자욱했다

그 때 알아봐야 하는건데..

결혼은 정말 오리무중에 안개등 없이 운전하는 거와 똑 같다는 사실을…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