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호작질
황금횃대
2005. 5. 20. 21:48
그림 그리는 것을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다 크래용이 닳아져 가는 만큼 내 욕구는 갈급했었는데 그래도 차칸장녀 컴플렉스가 있어서 엄마에게 크래용을 사 달라고 몇 번 조른 것 외에는 별로 부모님을 볶지는 않았다
나무를 즐겨 그렸던 나는 초록색 크레용이 젤 먼저 닳았다 지금처럼 낱개로 팔지 않고 한 색이 모자라도 한 통을 다 사야하는 지랄그튼 세월이였다 미술 시간이 들었는 날 초록색을 빌려쓰다 빌려쓰다 심통이 나면 아침 학교 가는 길, 대문 앞에서 크레용 사달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엄마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생각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고래고래 하다가 제풀에 지쳐 판자울타리 골목을 슬프게 돌아나온 기억은 난다. 그런날은 지각이다. 그래도 나무를 그리고 산을 그리고 꽃을 그리며 얼굴에 표정을 그려넣던 그 때는 행복했었다
자...이제 나는 무엇을 하고 노나.
청바지 허벅지를 잘라서 손가방을 만들고, 내가 들고 다니는 작은 것들을 저렇게 그려쌈시롱 색칠을 하고 논다. 쉽게 지겨워하는 성격인데 저런 호작질은 오래오래 가지고 가는 걸 보아 분명 내가 좋아하는 것인가보다.
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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