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심사 뒤틀리는 날이 있지를..
어제는 아버님 생신을 앞당겨서 하였다.
고스방 형제간들이 아이들까지 다 모였다.
그들이 종일 먹고 마실 것들을 나는 토요일날, 그야말로 쌔빠지게 준비를 한다
일찍 와서 같이 좀 하면 어디가 덧나는가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다 해 놓으면 늦으막히 오거나
아니면 생신날 아침에 오는 것이다.
포도밭에 골은 쳐다볼수록 까마득하고, 그래서 생신 때 식구들 오면 마주보며 한 골씩 잡아 나가면 갔다 오면 벌써 여러골 일을 하겠다 싶어 그것만 바라고 있었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정작 식구들 모이자 애써 장만한 음식의 아침만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 바쁘다
점심도 채 먹지 않고 바삐 내빼는 그들을 보면서 속으로 욱하고 올라오지를
부애가 화악 치민다. 그래도 먼데서 왔다고 어머님은 떡이며 음식 싸 주기 바쁘다
그렇게 싸 가는게 아까운게 아니고, 가을이면 포도 일일이 집구석마다 택배부쳐 주는데 한나절 일 거들어 주고 가는 것이 무어그리 몸뚱아리 아까운 일인가 말이다.
저녁 늦게 고스방이 일 나갔다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들하고 조카 민정이 차 몰고 갔는데 잘 도착했나 전화해봐
민정이는 전화 번호를 모르고 형님에게 전화를 하니 안 받는다
"전화를 안 받네요"
"왜 전화를 안 받는데?"
"내가 알아?"
이쯤에서 말꼬리는 하루종일의 부아를 실어 까꾸장하게 튀어 나간다
"그게 뭔 말이야?"
"잘 갔으니까 전화도 안 하겠지 못 갔어봐 당장 전화가 오지"
싸우기 일보직전이다.
여편네가 말귀를 못알아듣네 어쩌네...
그러다 밤에 들어 온 남편
피곤한가 신음 소릴 내며 앉는다.
아까의 꼬장부림은 잊어먹고 명랑쾌할 버전을 끌어당겨 묻는다
"케잌 좀 드실래요?"
"주고 싶으면 주고, 말고 싶으면 말고."
퉁명스럽게 저녁에 받은 꼬장을 그대로 고스방이 드러낸다
"그냥 <응>하고 대답하는게 쉽지 꼭 저렇게 배알이 뒤틀리게 말을 해야 좋은가 으이고 궁시렁궁시렁..."
"말이 많아 여편네가"
이쯤해서 두 사람의 억양은 봇물 터진 물 줄기처럼 걷잡을 수가 없다
11시가 넘어가는 경계의 시간에 이렇게 서로에게 비수를 들이대고 싸울 것인가 말것인가는 둘 다 순간적인 판단이지만 결과는 엄청나다. 결국 나와 스방은 서로에게 꼬리를 내리고 만다. 시부모님이 주무시는 시간 아닌가.
하루종일 꽁하게 속에 넣어 놓은 것들은 물풍선 터트리 듯 팡,팡 터트리면 순간이야 씨원하지 그렇지만 터진 풍선에서 나온 물 닦으려면 한참을 마음 고생해야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자, 오로지 나 혼자 이집의 며느리고 이집의 일꾼이고....이렇게 이렇게 나를 다독거린다.
맨날 시절이 꽃피는 봄날 같겠는가? 심사 뒤틀리는 날이 내게도 있는 것을.
그러니까 맨날 여기와서 주끼재..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