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5. 5. 25. 08:40


 

 

 

포도밭 가다보면 고속도로 밑을 통과하게 되는데 봄부터 비가 시작되면 통로는 젖어 있다

스쿠터를 타고 물구뎅이 속을 통과하면 마치 양수를 헤엄쳐 세상 밖으로 나오는 느낌이다

이륜 스쿠터가 물 속의 돌멩이에게 걸려 삐끗할라치면, 내 등때기에선 식은땀이 순간 솟는다

이 열악한 길을 지나면 새세상처럼 녹음의 풍경이 반긴다.

 

 


 

어릴 때, 티비 명화극장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주인공이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는 이상향의 나라를 찾아가는데 설산을 헤매고 헤맨 끝에 죽기 일보 직전에 큰 바위 동굴을 통과하면 조금전 얼어죽을 것같은 눈사태의 상황과는 너무나 다른 따뜻한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난다. 그야말로 꽃 피고 새 우는. 늙음도 죽음도, 모자람도 전쟁도 다툼도 없는 그런 세상말이다.

 

진창의 터널을 지나 빛이 있어 푸르름이 보이는 굴의 끝에 오면 눈 앞에 보여지는 풍경이 꼭 티비에서 본 그 주인공의 풍경과 조금도 다를바 없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이곳을 지나 저 다리를 건너면, 설령 종일 뙈약볕 아래 노동을 할지언정 돈 벌러 죽지못해 나간다는 도시적 노동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온다. 이 또한 하늘이 내게 허락한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내 복이다.

 

토요일,

다음카페 식구들이 우리집으로 농활을 온단다. (내가 오라고 유혹을 했지만...)

토요일은 동네 할메들 민화투치는 동네회관에서 사는 이야기를 늦도록 나누고, 일요일 아침에는 일찌감치 아침 먹고 포도밭으로 갈 예정이다.

 

나는 바란다. 그저 하루와서 촌아지매 일 거들어 주는게 아니라, 깜깜한 터널을 지나 해 아래 밝은 세상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그 첫느낌을 맘껏 느꼈으면 한다. 그런 귀한 느낌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도시로 돌아가 짜증나고 힘들때, 눈 앞에 딴세상처럼 망막을 가득 채워준 굴 밖 풍경을 생각하고 힘을 냈으면 한다.

 

저 다리만 건너면 찔레가 지천으로 피어, 보는 황홀에서 취하는 황홀로....바로 이동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