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목우자님 궁금하셨죠?

황금횃대 2005. 5. 26. 22:46

포도밭 가에 싸리나무가 제법 큰게 있어요.

고스방의 동생 고운백씨가 이년 전에 차를 몰고 가다가 토종벌 분봉하는 것을 눈 밝게도 보고는

한 집안을 송두리째 받아가지고 왔세요

첨에는 토종벌 귀한 거라고 대문 옆에다 한봉 벌통을 놓고는 벌을 쳤세요

근데 몇 달 뒤에 아버님이 원인도 없이 시름시름 아프신게라요

병원가서 입원하고 치료를 해도 차도가 없고, 그래서 엄니께서 소계리 보살님한테 물어 봉께로

집에 나무가 들어와서 그렇대요. 그까잇꺼 토종벌이 문제겠어요. 어머님 당장 벌통을 어데로 치우라고 시동생 한테 이야기 했지요

그래서 쫒겨난 벌통이 어디에 자리 잡았나하믄 포도밭 싸리 나무 아래 집을 옮겼세요

첨에는 토종벌을 포도밭의 빠드리같은 큰 벌들이 잡아 죽일까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영역 침범을 하지 않고 시남시남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세요.

 

봄 되어 처음으로 밭에 일 하러 가니까 시동생이 장대에 거적대기를 매달아서 높이 세워 놨어요

 


이렇게 높다랗게 세워 놓은 것도 있고

 



요렇게 낮게 세워 놓은 것도 있고. 물어 봤쥬

 

"삼촌, 내 밭에 와서 저거 보고 궁금해 죽을 뻔 했는데 저게 뭐야요?"

시동생이 싱긋 웃으며 이야기 해 조요

 

"분봉할 때 멀리 달아나지 말고 저기 붙으라고 해 놓은 거예요"

 

"아하, 그렇구나 아하, 그렇구나 믿거나 말거나 ㅎㅎㅎ"

 

저렇게 나무 쪼사서 막대기 만들어 거적대기 붙여 놨는데 이놈의 토종벌은 삼촌 의사는 안 중에 없다는 듯, 이렇게 참나무에 처억 갖다 붙어 버렸네요

 


벌들이 왕,왕 난리가 났어요. 참나무 가지는 벌들이 서로 달라 붙을라고 비비고 들어가느라고 붕붕 거리는 소리가 진동을 했어요..벌에 쏘일까바 멀리서 지켜보다가 좀더 가까이서 볼라고 산비탈을 올라갑니다. 잠깐 사이에 참나무가지는 뚱뚱교주가 되었어요

 

지금은 비쩍 골았으니 나중에는 심히 비대하리라. ㅋㅋㅋ

 


거적대기 붙은 장대를 가지고 와서 벌을 옮겨볼라고 했는데 여의치 앉아서 거적대기는 이렇게 때기나발을 치고


할 수 없이 톱으로 참나무를 잘라서 벌을 옮겨 왔답니다

 

이런 노래 있죠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이지........" 산에서 자연 분봉한 벌도 그러하답니다

 

"임자가 따로 있나 줏어오면 임자지"

 

 

 

궁금증 풀리셨나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