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서 온 친구
루피나수녀가 왔다 갔다
수원에서 한 시간 버스를 타고 역까지 나와, 다시 기차를 타고 두시간 반, 볕이 내리쬐는 길을 동반수녀와같이 타박타박 걸어온다
마중을 나가니 여전히 통통한 볼살의 그녀가 걸어온다 하얀 모자를 쓰고
그녀는 내 앞으로 오는데 풍경은 뒷걸음쳐서 옛날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한 해 언제 여름 휴가에 그녀가 우리집에 왔었다
어찌나 더운지 옷이 폭 젖었다.
다른 곳을 들러 왔는데 미처 옷을 말리지 못했다며 빨래한 옷을 내집에 와서 넌다
난데없이 얇은 봄내의가 나온다.
이렇게 더운데 내의는 왜 입었어? 묻는 내 말에
땀이 너무 나며 겉옷으로 땀이 베여나오니 이렇게 면 내의를 입는단다.
그녀가 돌아가고 나는 그 해 여름이 다 가기전에 대전 시장에 가서 인견 속옷을 사서 보냈더랬지.
무엇이든 작은 것을 챙겨서 주는 친구
참말, 내 가슴같은 친구라고 얘길하고 십수년 편지에 엽서에 무진 보냈었는데
그걸 몇번 이사 끝에도 모아서 나에게 넘겨주었던 그녀
요새야 서로 편지 왕래가 잦지 않아서..가끔 안부를 묻지만 언제나 한결같은 친구
11시 30분에 닿아서 3시 6분차를 타고 갔으니..그 와중에도 나는 아버님 형제분 오셔서 시중드느라 얘기도 얼마 못하고.
허겁지겁 밥 한 그릇 먹고 다시 되돌아가는 그녀.
그냥...친구가 뭔가...그렇게 잠깐 보아도 한 번 보고 얼굴 마주보며 웃는 것이 좋아서 찾아오는 친구.
7월 10일은 그녀의 축일인데, 나도 그렇게 깜짝 찾아가 볼까..
소소히 솟는 마음의 물결은 섬과 섬을 건너서 그녀에게 밀려가고.
에고...힘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