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5. 7. 8. 08:37


 

 

나는 새를 잘 그리지 못해 자주 마음 한켠이 아렸다

새는 분명, 부리(머리가 아니다)와 몸통, 그리고 날개 더하여 발이 두 개 있다

사람의 두 발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두 개의 발

 

사람은 땅을 딛고 서기 위해 두 발이 있지만

새는 땅을 박차고 날아 오르기 위해 두 발이 있다

 

꿩털을 본적이 있는가

비들기의 목털을 자세히 바라 본적이 있는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나노의 색분열로 현란게 변하는 빛의 쇼를 보고는

나는 까마귀털도 검은 일색이 아닐거라 쉽게 단정지었다.

 

 


 

 

몸통보다 버거운 날개를 가진 새가 있냐하믄

 

 


 

 

몸과 날개가 목침처럼 한 덩어리로 보여도 잘 나는 새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김현승 시집의 표지에는 저런 새도 날고 있다.

 

 

 

 

 

 

천상병



저것 앞에서는

눈이란 다만 무력할 따름.

가을 하늘가에 길게 뻗친 가지 끝에

점찍힌 저 절대정지를 보겠다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미묘하기 그지없는 간격을

이어주는 다리(橋)는 무슨 象形인가.

저것은

무너진 視界 위에 슬며시 깃을 펴고

핏빛깔의 햇살을 쪼으며

불현듯이 왔다 사라지지 않는가.

바람은 소리없이 이는데

이 하늘, 저 하늘의

순수균형을

그토록 간신히 지탱하는 새 한 마리

 

 

 

 

 

 

바람도 부는데, 오늘은 허파에 바람을 넣어 슬슬 날아 볼까

푸다닥, 푸다닥, 푸푸푸푸다다다다닥,

무릇 헬리콥터도 날기 위해선

몇 번의 푸닥거리를 한다

 

푸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