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5. 7. 9. 08:45



 

 

노을




진주에서 대전 오는 길,
그러니까 금산 지나 조금 배가 고픈데
마악 넘어가기 전 해가,
하! 해가 내게 젖꼭지를 물리고
먹어라, 배부르게 먹어라
이 하늘 끝에서 저 하늘 끝까지
내 젖꼭지를 물리마
나는 맛있게 노을을 쪽쪽 빨아 먹었습니다
당신의 젖은 빈통, 고맙습니다

 

 

 


 

츠자적에 하루 일을 마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 갈 때, 대구 아양교 위를 버스가 지나가면

멀리 팔공산에 저녁 노을이 하염없이 걸렸다

나같이 별 볼일없는 노동자의 어깨에 붉은 숄처럼 따뜻하게 걸쳐져서 버스 안 사람들은 잠깐 똑같은 숄을 유니폼처럼  걸치고 다리를 건너갔다

 

버스 안에 탄 사람 중, 얼마나 그 때의 노을을 기억할까

 

 

그림 위쪽은 저녁 노을이고, 아래쪽은 아침 노을이다. 눈으로는 구분이 안 되지만 글은 그것을 구분 지어놓는다.

 

 

체게바라는, 나무에 기대어 타는 노을을 바라보며 죽음을 맞고 싶다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