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5. 7. 9. 22:01

 


 

 

고스방 저녁 먹으러 들어오는데 동네 아지매들이 오늘 동네계라고 삽짝에서 부른다

얼릉 밥 차려주고 나가려니 고스방이 내가 금방 밥 먹고 태워 줄테니 기다리란다

한 공기의 밥을 댓숟갈로 해결을 하고 차에 시동을 건다

떡볶기 하다가 양념이 펄쩍 뛰어서 대충 물로 흔들어 씻어 축축한 걸 그냥 입고 있었던

윗옷을 갈아입고 나가니 출발을 한다

 

 

그냥 청치마에 슬리퍼를 끌고 탔더니 치마를 입고 간다고 한마디 한다

속엣것 다 들여다보이라고 치마를 입고가나?

이렇게 치마를 입고 외출을 할 때마다 한 마디 하는 이유는 내가 평상시 치마를 입어도

별로 조신시럽게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구들이니 여미고, 조이고, 가리고 하는 짓을 신경써서 하지 않는 다는 걸 인정을 한다

치마 잠옷을 입고 누웠으면 치마가 위로 좀 올라가는 수도 있고 뭐 그렇치. 그걸 끄직고

내릴려고 신경을 쓰면 편할라고 입은 옷이 더 불편하게 된다. 각설하고

 

 

삽짝을 나가며 치마 이야기를 하니 내가 배끝에서는 조신하게 있지..하며 스방을 쳐다보니, 여편네가 이뻐죽겠다는 표정으로 볼살을 한 번 꼬집고 난리가 아니다.

으이고, 어젯밤 생각하면 대번 손을 밀치고 머리를 한 번 쥐어 박고 싶지만 입만 삐죽하고 만다

어제밤 일이란 뭬냐면.

 

 

저녁에 날파리며 작은 모기가 방충망으로 하도 들어와서 저녁 10시쯤 되면 마루에 불을 끄고

현관 백열등을 켜놓게 되는데 저번에 지나는 말로 백열등 전기세 많이 나오니까  마당의 형광등 실외등을 켜놓으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그 말을 유념해서 지키지 않고 백열등을 켜 놓았다고, 바깥에서 뭔 기분나쁜 일이 있었는가 그걸 트집잡아 꽁시랑꽁시랑 잔소리를 아주 떫은 표정으로 해대는 것이다. 그럼시롱 아이들이 12시가 넘었으니 잠 자는거 당연한데 뭐 그리 일찍 자냐고...공부를 좀 하고 자느냐고 묻는다. 내가 대충 얼버무리자 이새끼들이 앞으로 우째 살아갈라고...하며 또 귀에 거슬리는 말을 또 한다. 나도 왜 그러느냐고 대꾸를 하니 눙깔을 치뜨고 날 쳐다보며 또 백열등 켜 놓은 이야기며, 자슥놈들 버릇을 그 따우로 시키면 나중에 어떻게 잡고 살려나는둥.. 듣기도 싫은 꽃노래를 불러 쌓는다. 옆에 앉았으면 자연 대꾸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한 밤에 또 씨팔조팔 한 따까리 해야할 조짐이 보이기 때문에 고만 이럴 땐 실쩍 자리를 피하는게 상수다.

 

 

조목조목 따지지 못해서 내 안 따지는거 아닌데 참으면서 괘히 부애가 나는 것이다

방에 들어와 책을 펼쳤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덮고 자는데 혼자 야한 영화보다가 들어 온 고스방.

아까 눙깔에 쌍심지 키던 생각은 야한 장면에 다 녹아내렸는가 또 나한테 수작을 건다

쌩파리 좆마냥 홱 돌아 누워도 한번 꼴린 거시기가 쉽게 죽느냔말이지. 결국..얼마전 비밀구좌에서 말한 그 상황이 나왔다. 나는 한 마디도 안하고 입을 옹실물고 이쪽으로 입술이 오면 저쪽으로 고개를 돌려대며 철저하게 왠수같이 외면을 하는데도 얼르고 달래고...그렇게 밤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밤 생각하면 밥그릇 식탁 위에 곱게 놓기도 싫은데 어이구..그게 다 뭔 소용이야. 새대가리 여편네는 그것을 잊고 밥 한 숟갈 더 먹을라요? 하고 묻기도 하는데.

 

 

계모임 가는 차 안에서 어제밤 일을 이야기 한다.

 

"어이고 어제밤은 독사처럼 쌀쌀맞더니 맹 그 마누랜데  지금은 여편네가 이뿡가?"

 

"다아..그렇게 살어 이핀네야"

 

"다 그렇게 살기는. 좀 화가 나도 이젠 나가(나이가) 오십이 다 되가는데 좀 참을 줄도 알아야지"

 

"내가 신이 아닝께 그러잖여. 내가 투정 부릴 때가 니 말고 어딧노"

 

"그럼 나는, 나는 어디다 투정을 부리노?"

 

"니는.....히히히 <참는 神> 아이가.."(그렇게 말하고도 자신이 좀 얼척없는가 웃는다)

 

푸하하하하하....

 

택시 천장이 들썩거리도록 웃는다. 웃으니 한 술 더 뜨는 고스방.

 

"쌍순이 참 시집 잘 왔지. 이렇게 개그까지 잘하는 스방 얻기가 어디 쉬운줄 알어?"

 

 

 

 

 

어젯밤, 둘 중 누구라도 <참는 신>이 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 웃음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