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사연이 있었재요

황금횃대 2005. 7. 12. 08:38

밤에 술 한 잔 먹을라고 하매나 고스방이 잘랑가 기다려도 안 자요

티비 틀어놓고 저도 땀작땀작 그러고 있네요

지난 일요일에 자두 따 놓고 4시쯤 되서 김천에 잠깐 갔더랫어요

울 아덜놈 팬티를 언제적부터 사달라고 얘길하는데 시간도 없고

그라고 이 촌구석에는 갸들이 원하는 박스팬티가 어른들 것 밖에 없는지라

김천까지 직행버스 타고 가서 저녁 전에 온다고 등때기 땀나게 걸어서

이마트까지 갔더랬어요

아니나 다를까..계산하는데 전화가 와요

"너 어디야?"

또 말 안하고 김천 갔다고 잔소리 할게비 친구집에 잠깐 왔다고

그런데 고스방이 논둑 깎을라고 집에 들어와서 예취기 챙겨 갈라고 하는 중이였나바요

전에 논둑 깎게 휘발유를 사다놔라 그러길래 바로 사놨더니 그 땐 또 안가더라구요

그래서 플라스틱 통에 휘발유 사다 놓으면 수증기가 휘발유에 섞여서 그걸 쓰면 기계가 상해요

내가 그만 오토바이에 넣고 말았는데 그러구 두 달이 지났고만 그걸 찾는고예요

아, 휘발유없으면 차 있겄다 후딱 가서 사오면 되잖유? 그걸 꼭 마누래 시켜서 사야하느냐구요

내가 금방 갈 줄 알았는데 안 오니까 또 다시 전화를 했시요

"너 지금 어디야 똑 바로 말해!"

김천에 아이들 속옷 사러 왔다구 이제 금방 갈거라요..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거짓말을 했다고 다그치니 내 맘도 급해서 말이 제대로 안 나올라고 해요. 가슴이 꽝꽝 뛰는게.

뭘 사러 황간 벗어나는거 엄청 싫어하거등요

나참...형편에 맞게 사는데 뭔 잔소리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겟어요

초조하게 직행버스 타고 황간 갔더니 기어이 논둑 깎으러 안가고 이놈의 여편네가 진짜 김천에서 오는 직행버스에서 내리나 안 내리나 주차장에 바락고 서 있어요

얼마나 뿔다구가 나던지..

 

 

주차장에 앉아 있는 서방 얼굴 함 흘낏 보고는 이마트 노란 봉다리를 보란듯이 흔들며 집으로 왔세요.

 

그날 9시 좀 넘으니 고스방 전화가 와서 <이순신> 녹화 해 놓으랍니다

녹화 때문에 온 식구가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어...내가 낮에 일도 있구 그래서 9시 뉴스 끝나기도 전에 티비앞에 죽치고 앉았어요

이순신은 선전 없이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까딱하면 첫 장면을 놓쳐요. 그럼 나중에 첫 장면 놓쳤다구 또 잔소리에 욕을 하기에 아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앉았어요

시작하는 장면 나오길래 바로 녹화 눌러놓구 방으로 왔어요

엥간하믄 나도 티비 보는데 하도 녹화 때문에 지랄지랄을 하니까 티비 드라마 같은거 반사적으로 보기 싫어요.

 

녹화에 불 들어오는거 분명 보고 방에 들어와 책 읽고 있는데 나중에 고스방이 들어와 되감기 해서 테잎을 돌려보니 녹화가 어제걸루 그대로 있는거라. 그 때부터 눙깔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부터 나까지 티비앞에 세워놓고 녹화가 안 된 이유를 설명하래네요. 내가 녹화를 눌렀으니 내가 다 뒤집어 씁니다. 그게 분명 녹화를 했는데 왜 그래됐을까? 그걸 나한테 물어 이새끼 저새끼...아주 욕하는데 진저리가 납니다.

 

그 욕지거리는 들어도 면역이 안되는지...입만 뻥긋하면 욕인걸 뭐..좋아도 욕, 나빠도 욕..그러려니 하고 살고는 있지만, 입에 독을 묻혀 욕을 내 뱉을 때는 오분 뒤에 죽을깝시라도 죽기살기로 저놈의 주둥이를 인두로 화악 지지고 싶어요. 사람에게 살의가 어떻게 해서 생겨나는지 절실히 느끼겠덩만.

 

내리소서 신이여....!  <참는 神>이여...!  강림하소서....!

 

 

빌어 빌어 잘 낳는다고 낳은 새끼가 어디 한 군데 모질란다더니...내가 꼭 그 짝이지 모야요

낮에 일 때문에 잘 한다고 뉴스 끝나기도 전에 바락고 앉아 녹화한게 그렇게 될 줄이야.

고스방의 화의 근원은 <여편네가 자기 말을 개똥의 발톱만치도 귀히 안 여긴다>는데 있는거 같아요. 츠암내, 나는 나대로 <개똥을 용알같이 뫼시고 받들어 살라고 용을 쓰는데> 서로가 느끼는 것은 그렇다는 겁니다. 이게 사람 사는..아니아니아니아니 부부간의 코드읽기 인가요?

 

 

고스방, 이틀째 마루에서 티비 보다가 혼자 이불도 안 깔고 한 삼태기도 안되게 오그리고 잡니다.

일어나서 밥 하는 내게 와 실쩌기 몸 디다밀며 장난치는 것도 안하고 밥 만 먹으면 쓰다달다 말 한 마디 안하고 일하러 갑니다. 집구석 조용해서 좋구만요

 

 

어제 비가 와서 아이들이 일찍 왔는데 날씨 때문에 집이 좀 추운걸 가지고

울 아덜놈.."오늘은 집도 추운거 같아(날씨 때문이라고)" 이렇게 말하니

마주 앉은 딸래미 왈,

 

"집 분위기가 쫌 쌀랑하잖어? 히히히"

 

 

어제 사진 올리며 쓸쓸허다 했지만, 이건 쓸쓸한게 아니구 누추하죠?

 

 

또 비릉빡에 며칠 간 혼자 저러고 <침묵의 도>를 딲을라는가 <바를 정>자 함 써바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