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아웃사이더, 가다.

황금횃대 2005. 7. 16. 12:00

우리집 닭장안에 5대 7의 비율로 암탉과 수탉이 살아간다고 얘기 한적 있습죠?

그 무리에서 뛰쳐나온 별종 <죠나단 리빙스턴 수탉>을 기억하시죠.

바야흐로 때는 한 여름의 깊은 골짜기를 지나는 때라, 리빙스턴 수탉이 먼 곳을 보기 위해 끊임없이 오르던 느릅나무도 더 할 수 없이 무성해져서 리빙스턴은 더 이상 높은 가지로 나를 수 없는 지경이 되었어라. 한 잎, 한 잎으로 치면 느릅나무 잎들이 별 것 아니지만, 그 잎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으면 조나단의 날개짓으로도 그것을 뚫고 올라 갈 수가 없어 죠나단은 가을 낙엽지는 때를 기약하며 슬슬 마당을 돌아다니며 개미사냥으로 하루 하루를 지루하게 버티고 있었습죠.

 

여름이라 온갖 과일 껍데기가 닭장 안의 모든 닭들에게 골고루 주어졌으니 이 리빙스턴만은 안으로 들지 않아 그것을 맛 볼 수가 없었습죠. 그러나 리빙스턴은 조금도 그 안의 생활을 부러워하지 않았습죠. 어떨 땐 과일껍데기와 돼지비계를 던져놓고 문을 열어 닭장 안으로 들어가길 유도했지만 리빙스턴은 자유의 생활을 포기 하지 않았습죠. 지난한 장마가 지나 갈 동안 리빙스턴은 비를 홈빡 맞으면서 더 높은 단계로의 도약을 꿈꾸지 않았더랬습니까.

 

와호장룡에서 본 대밭의 결투 장면을 기억하고는 뒤안의 표고목 사이를 떨어지지 않고 옮겨다니는 연습을 하는가 하면, 습기에 마악 대가리를 내미는 지렁이를 순식간에 쪼아대는 극한의 속력에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땅바닥을 향해 스타카토를 찎어댔습죠. 그의 이런 노력들은 닭장 안의 닭들에게는 하등 관심의 대상이 아니였지만, 죠나단은 그것이야말로 닭장 안의 안락한 삶을 거부하는 거대한 자신의 이상이였다고 할 수 있습죠.

 

그러나 사람의 삶도 이러한 아웃사이더적인 것들이 평범의 눈길 대다수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듯이 죠나단의 기행을 울 시엄니께서 곱게 볼 리가 없지요.

뒤안 취나물이 저렇게 그늘막에서도 짙푸른 청색을 자랑하며 곧게 자라는 것도 죠나단이 부지런히 나물 아래 똥을 슬쩍슬쩍 눈 까닭임을 전혀 모르시는게지요. 그러나 죠나단이 부지런히 생존을 위해 거름자리를 파 헤친 것만 보이는 엄니은 눈에는 그것이 집구석을 어질리는 원흉으로 보였던겝니다. 그러다 어느 비 오는 날 저녁, 전혀 예상치 못한 손님이 오셨습죠. 그는 온 몸이 비에 젓어 하얀 비닐 봉다리를 건네 주었는데 거긴 쏘가리가 차곡차곡 담겨져 있었습죠. 어머님의 친정 조카되시는 분이 큰물에 가서 민물고기를 잡았는데 그 사람의 고모가 바로 울 시엄니시라. 고모 드시라고 쏘가리를 가져왔던 겝니다. 아! 그 쏘가리가 죠나단을 생을 바꿔놓을 줄 그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얼래? 벌써 12시네 고스방이 감자 볶아 놓으라했는데 ....감자 볶아놓고 이어서 쓰겠슴)

 

 

 

 

감자 볶으러 갑니다^^

 

 

 

감자 볶고 오니 이미 꼬리글에서 결말이 나버렸네요 ㅎㅎㅎ

 

 

죠나단이 넘볼 걸 넘 봐야지 어머님 수돗간에서 쏘가리 다듬어 놓은걸 몰래 가서 그 동안 연마해 온 스타카토 속력을 시험해 보느라 순식간에 해치운다는 것이, 손길은 쏘가리에 가  있어도 저놈우 달구새끼가  언제 덮칠지 모른다는 경계심으로 잔뜩 곁눈질을 하던 어머님의 눈길과 조나단의 목 숙임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겄다.

"이 놈우 달구새끼가!" 하며 쏘가리 다듬던 칼을 가차없이 휘둘러 닭을 좇는다는 것이, 오우...이 재수없는 죠나단. 그 만 단 칼에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하고 생을 다하고 말았으니. 그 때 마침 동네 분도고모부가 지나갔고, 죠나단은 그 즉시 털이 뽑히고 살과 내장이 분리 되는 동시에 회관의 가마솥에는 물이 설설 끓고 한 편에는 칼국수를 밀고, 내장과 똥집은 고추장으로 달달 볶아져서 술 안주가 되고 죠나단 몸통은 가마솥에서 닭칼국수의 국물이 되어 마산리 동네 할무이 열다섯이 나눠 먹게 되었으니, 마산리 동네회관의 복날은 죠나단의 보시로 웃음꽃이 활짝 피었더라

 

 

"이 무슨 꿈에도 생각지 못한 닭칼국시뇨?"

 

 

죠나단을 기리는 촌여편네의 아쉰 마음은 ....별그림자님의 댓글을 참조할 것. 혹시 말이우...별그림자님 李씨우?  (그럼 딱, 이심전심 되는뎅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