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날도 더운데 더 더운 이야기...

황금횃대 2005. 7. 16. 20:12

내가 스물여섯에 결혼을 하고 딱 삼개월이 지나니까 동네 할매들이 놀러와설랑

"이제 새색시 고만하고 애기 엄마 해야지..."하면서 나를 부추겼다

어리숙한 나는 아...이제 시집 밥 삼 개월쯤 먹으면 애를 하나 낳아야하는갑다 생각했다

고대하고 힘써 하니(?) 드뎌 그 달은 생리가 예정일이 되어도 없었더라.

아이고 이젠 아다리가 됐나보다 올커니!

새신랑 고스방한테 아매, 나 임신했나벼 함씨롱 고개를 외로꼬며 부끄럽게 이야기를 하고

어데서 듣고 본 바 그대로 묵고 싶은 걸 몇까지 꿰어 고스방 목에 걸어도 주었겠다

고스방도 승질은 디러버도 애기는 엄청 좋아해서 총각시절에도 조카들 태어날 때마다

기저귀 갈아 채이고 씻어 주고 안아주고 물고 빨고 이뻐했다하니 제자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시누 형님들이 모두 그렇게 증언을 해주었으니 초짜새색시도 기분이 좋았는기라

좀 떨어진 곳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내일 영동읍내 산부인과에 임신진단을 받으러

가자고 철썩같이 약속을 해 놓았는데 그날 밤.

 

이 뭐냐?????????????????? 생리가 그날 밤 툭 터진것이다. 첫 아기의 꿈은 그렇게 허무하게

왔다가 몇 개월 뒤에 다시 기미가 있어 열달 품었다 낳으니 딸이였다.

 

울 딸이 참 튼튼했다. 딱 예정일에 태어난 울 딸은 먹기도 잘 먹고, 삼일 만에 병원에서 퇴원하여

친정 집에 왔는데 아기를 낳으면 바로 젖이 줄줄 나오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였다. 나는 또

젖꼭지가 함몰 젖꼭지라 이놈우 딸아가 젖꼭지가 없으니 배는 고푸고 물고 빨 젖꼭지는 션찮고

해서 오자마자 집구석이 떠나가도록 깨갱깽 울어대는 것이다. 울 친정식구 다섯에 고스방 나,

이렇게 일곱명이 젖병을 사러간다 우유를 사러간다 한바탕 혼을 쑥 둘러빼고는 겨우 우유병에

우유를 담아 물렸는데 작은 젖병에다 한 통 타서 줬더니 금방 다 먹어버리는거라  다 먹었다고

젖병을 뽑는데 계속 나오는줄 알고 빨고 있던 딸래미 머리가 우유병에 딸려 올라왔다.

그러다가 어째어째 젖을 유착기로 뽑아서 먹이고 애가 울면 나도 울고(힘 들어서)그럭저럭 팔개월의 시간이 지났는데 그 때 젖이 잘 안 나오는거라. 자꾸 소화도 안 되고 그래서 뒷집 성길네

할무이가 와서 배를 훑어 내리고 소화제를 먹고 등을 뚜드리고 하면서 진정을 시켜도 먹고 나면

꺽꺽 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가 혹시나...ㅎㅏ는 마음에 대전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그 날이 공휴일이였다. 다행이 시내 산부인과가 문을 열었기에 거기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으니

임신이 아니란다. 그래서 그냥 속이 와이카노..하면서 집에 왔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 그런 증상이 가라앉기에 그려려니하고 큰 아이 키우는데 정신없는

날들이 지나갔다. 당근 수유 중에는 생리가 없으니 임신은 꿈에도 생각들 않고.ㅎㅎ

 

그러다 몇 달이 지난 후 아랫배가 한번씩 꾸물텅 움직이는 것이였다

자주 그러는 것도 아니고 가끔 그러길래 어구..이젠 대장이 잘못 됐나...하고 이상하다 하며

고개만 외로 꼬고 아프질 않으니 그냥 넘어갔다.

 

그 즈음 아래동서가 딸 둘을 낳고 태기가 있어 병원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나는 놀기삼아 따라갔다가 엉겹결에 의사의 진찰을 받았는데...

 

"새임, 자꾸 아랫배에서 창자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거 같애요"

 

"어디 한번 보입시더"

 

초음파로 왔다갔다하던 새임

 

"임신 육개월입니다"

 

"엥? 임신 육개월요?"

 

 

예전, 티비프로에 배가 아파서 병원 갔더니 애가 나올라해서 분만을 하였다고 하더니

나야말로 쪼매만 더 미련하게 모르고 살았더라면 그 짝 날뻔하지 않았나.

동네 우삿거리를 지금은 이렇게 편히 이야기한다만 시집살이가 뭐 그래 똥오줌 못가리게 힘에 부치는 것이라고 뱃속에 아가 자라는데도 모르고 참 미련하게 살았는고...싶지.

 

 

 

그렇게 생긴 아덜놈이 이제 중학교 이학년에 다니네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