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비 온다카이.

황금횃대 2005. 8. 1. 09:50

황간에는 <동식이 할배>가 있어

그 할아버지가 시외버스 정류장이나, 명신상회 앞 삼거리에 나타나 비틀거리는 수신호를 보내며

교통신호기 담당을 한 다음날은 비가 왔다

동식이 할배가 나타나면 그것은 비 올 조짐인것이다

지금은 죽은 우리집 앞, 인구아자씨도 그랬다

잔뜩 술을 마시고 홀어머니한테 술주정을 하면 비가 왔다

날궂이라했다

멀정한 날, 저렇게 술주정을 하고 안 하던 짓을 하면 날궂이한다하며

그것이 비록 눈에 거슬릴지언정 동네 사람들은 그러려니 곱게 봐 주는 것이다.

 

 

어제 기분이 개떡같았다

아이들이 외가집을 가서 말 한 마디 안하고 버티고 있으려니

구라여편네의 가슴에 스트레스가 쌓일 밖에.

그리고 오후에는 인터넷으로 <잉글리쉬 페이션트>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대문 밖에 한번도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방콕을 했으니 날궂이 할 만도 하지

 

 

저녁을 먹고 고스방과 같이 티비를 보는데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프로그램이 방영이 되었다

소식(小食)을 하여 활성산소의 생성을 감소시켜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래 살기가 인류의 영원한 희망사항인지 몰라도 나는 별로 오래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런데 고스방이 우리도 저렇게 먹어볼까? 한다

사흘을 고기반찬 안 올리면 뒷골이 묵지룩하게 눈에 헛게 뵈네, 어지럽네..하는 사람이

온통 풀밭 천지인 저 밥상을 실천해 보겠단다.

실제 실천할 의지도 없으면서 티비의 웰빙만 보면 따라하겠다고 몇 번이나 설쳐대는 것이

마음에 불만이였던게지.

영 건강에 신경을 안쓰고 막 사는 사람도 내가 견디기 힘들겠지만, 저렇게 고스방처럼 무엇이

좋다하면 일회성으로 사다대는 것도 꼴볼견이다.

꾸준히 할 것도 아니면서 귀는 엷어서리.

 

 

그래 내가 한 마디 한다는게

당신은 부지리 웰빙해서 오래오래 살어 나는 그럴 맘 없응께롱

여편네가 정 떨어지는 소릴 한다고 꼬라본다.(아, 고서방은 정말로 나랑 천년만년 같이 살고 싶은 거 맞는갑다. 저 서운한 얼굴하고는 )

나는 정말 오래 살 생각없다. 팔십, 구십, 백...말만 들어도 질린다.

아침부터 꿀꿀하고 어데 시비 걸데가 없나 하고 인상 구기고 앉았던 불똥이 결국 서방한테로 튀었다. 그러고는 다시 방콕.

밤새, 끈끈하고 허리를 몇 번이나 뒤척이게 아프고 눙깔을 감았어도 불빛에 뜬 것같이 깔끄럽더니만.

새벽 녘 기어이 세찬 빗방울이 내리꽂힌다.

 

동식이할배, 인구아자씨가 하던 그 날궂이를 나도 하느라고...끌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