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가
사랑가
이경록
그대 며칠 전 팔백리 밖 아화 안말에서 띄워보낸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오늘 아침 동남품과 함께 닿아 내 몸의 숨구멍을 타고 흘러오다
흘러들어와 그 말의 숨결이 내 심장의 피 덥히며 온 몸을 흐른다
팔 백리 밖 사람아, 그대 사랑한다는 말의 길로 또 내 말을 보낸다
오늘 밤, 금강이나 추풍령 상공에서 내 말은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소리치며 떠 헤매가리라.
잠 못들고 뒤척이는 이 나라의 사랑하는 마음들아, 한 마디씩 씨 받아 팔 괴고 잠들어라
불국사 내려와 여관이 시작되는 어디메쯤 이경록의 시비가 있다고 했다.
대구에서 경주 사이의 거리는 시내를 피해 적당히 연애하며 데이트 하기 좋은 코스였다.
여느 때는 털실로 짠 쉐타를 입은 놈과 가기도 했고, 여늬 때는 오리털 파카를 입은 놈과 가기도 했다
시집 와서 겨울에 내 오버코트를 입으려고 친정가서 옷을 가져 왔는데, 거기에 파카에서 삐져나온 오리털이 내 코트의 깃이며 옆구리에 서넛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걸 떼어내며 나는 적막강산 칠흑의 밤에 그 새낄 생각하기도 했다.
한번은 보문단지 잔디밭에서 큰개불알 꽃을 발견하고 그꽃을 따다 책갈피에 눌러 놓았다가 엽서를 꾸미기도 했는데, 시집 와 보니 밭둑가에 지천으로 피는게 큰개불알꽃이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꽃을 따서 치마폭에 담아와 여전히 그 때처럼 책갈피에 눌러서 편지를 쓴다.
연애 때 습관은 오래오래 가는 셈이다.
습관은 오래오래 남았어도 사람은 모두 없다.
팔백리 밖, 아화(阿火) 안말에서 보낸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그대도 어젯밤 팔에 괴고 잠드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