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칼 시범 조교
1.
"자암시, 숙달된 조교의 시범이 있겠습니다"
말에 고물도 묻기 전에 고스방이 냉장고 문을 열더니 잽싸게 오이 하나를 꺼내와 채칼 위에다 오이를 얹고는 모양을 만들어내며 오이를 동글동글하게 썰고 있다. 오이는 동글동글하게 썰리면서도 중간모양은 벌집핏자 과자 모양처럼 격자무늬의 구멍이 생긴다.
"봐라봐라, 이렇게 하면 되구만.. 여편네가 이런거 사다주면 채국에 오이모양도 좀 다양하게 맹글어서 만들어주면 떠묵는 사람이 훨씬 맛도 좋을낀데"
신이 난 고서방이 한 입으로는 말씀을 주끼며 자랑을 하고, 한 손으로는 너무 신나게 채칼에 오일 썰어대는 바람에 오이가 짧막해진 것을 인지할 겨를도없이 손에 잡은 오이꽁다리가 튕겨져나가며 악` 소리와 함께 손가락 끝에서는 선혈이 낭자하다.
며칠 전, 주차장 옆에 똥찌그리한 중소기업발명품가게에서 떨이로 고스방이 채칼세트를 사왔다.
여편네가 게을이 나서 대애충 해주는 음식을 먹는 줄 모르고 차칸 고스방은 자기가 주방기구를 제대로 못 사대서 이런 음식을 먹나...싶어서 자주 주방기구를 사온다.
심심하면 중소기업..운운 천막을 들치고 들어가서는 분쇄기며 도깨비방망이, 라면 두 개 끓이는 양은 냄비에 후라이팬, 국자세트에 녹즙기까지...거기다 어떨 땐 목욕수건에 행주까지 부지런히 사다댄다. 그렇게 고스방을 홀려서 팔아 먹던 중소기업 운운...가게가 드뎌 가게를 빼면서 떨이를 하는데, 고스방이 여태까지의 구매행각을 졸지에 그만두자니 섭섭하기도 했겠다. 거기서 건진게 저 채칼이다.
내가 보기엔 너무 채칼이 날카로와 손 다치기 쉽상이겠더만 고스방은 이걸쓰면 여편네가 반찬 맹그는게 그저 되는 줄 알고 끼니마다 왜 저걸 사용한 반찬을 내 놓지 않느냐고 성화다.
옛날 결혼전, 친정 아부지는 부엌칼을 잘 갈아주셨다. 칼날 무딜 여가가 없게 칼날을 날렵하게 세워주셔서 비교적 썰어대는 일에는 나도 일가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집 오고나니 고스방이나 시아버님이나 칼 갈아 줄줄을 몰랐다. 그러니 무채나 감자채를 썰 때 칼이 잘 들어야 채가 곱게 나오는데 그렇들 못하니 채를 썰면 좀 미웠다. 이 없으면 잇몰이랬다고, 급하면 내가 붝칼을 들고 장꾸방으로 나가 장독 뚜껑에다 몇번 뒤집어가며 칼날을 갈면 그럭저럭 쓸만해서 아쉬운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친정아버지 일화를 들어가며 칼을 좀 갈아주었으면...하는 바램도 섞어보긴 했지만. 그런데 고스방이 저렇게 반응을 할 줄이야.
채칼을 사가지고 온 날 저녁에 들어오면서 내 종아리 굵기 만한 무와 오이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 일테면 채칼 사다줬으니 쌈무도 만들고 무 생채도 하고 오이 냉국도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그 날도 시범을 보인다고 내 앞에서 무 썰더니만 손가락 끝에 기어이 피를 보고 말더만 또 저런다. 이번에는 저번과는 달리 살이 움푹 패였다. 피는 솟구치지 아프긴 하지 짜증이 나는 얼굴이다. 졸지에 아까징기를 꺼내서 발라 놓고는 지혈이 잘 안되어서 다 저녁에 동네 철둑 비얄로 뛰어나가 쑥 한오큼 뜯어와 짓이겨 지혈을 한다. 어찌 아픈지 인상은 죽을 인상이고 신음소리까지 낸다. 아이구 엄마 나 죽것네...
옆에서 지켜보시던 울 시엄니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귀헌 아들이 피를 철철 흘리며 아파서 신음소릴 내니 어찌 편하시랴. 아이구 이럴 어째 어이구 이럴 어째... 어쩌긴요 어머님 기댈리 봐야지.
겨우 지혈시키고 반창고를 챙챙 매어놓고 완전 지혈이 될때까지 그리해 있으라니 아파서 죽것다는 표정이다. 그러고는 하는 말.
"이거 절로 치왓!"
우리의 숙달된 채칼 시범 조교님께서 피를 보자 채칼이고 요리모양이고 다 때기나발치고는 절대 만지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2.
"여보 이 콘돔은 와 이래 사이즈가 쪼만해?"
아침에 일어나 화장대 위에 보니까 이상한 고무풍선 같은게 두 봉다리 들었고 하나는 밖에 나와서 구겨져 있다. 헉...이게 뭐야?
아이들 볼세라 얼릉 치우면서 고스방한테 소근소근 물었다.
"여보 이걸 새삼시럽게 말라꼬 사왔어요. 그라고 이기 당신 거개 들어가나 짝아서..."
잠결에 깬 고스방...여편네가 실성했나 하고 쳐다본다.
"아이고 이핀네야 그게 뭔데? 손가락 다친데 씻으면 물들어 간다고 사온 고무캡이여어~"
"잉 이게 그거시여? 내가 언제 콘돔을 봤어야말이지...중얼중얼
(가마이 생각하다가)이히히히히 하하하하 하이고 웃기주기네"
허기사 저렇게 작은걸 끼울려면 용쓰다 꼬추에 힘빠져 김 다 새뿌리겠다.
어휴 내가 생각해도 내가 좀 푼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