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경
굿모닝?
아침부터 여편네가 영어로 웃어쌈씨롱 왜 저러냐구요?
고스방 표현대로라면 <여편네가 아침부터 날아가는 새에 짬지를 봤나?>하고 말을
할테지만, 짬지가 대수것어....짬지보다 더 좋은 돈을 받았는데.
아침을 먹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진지를 드시던 부모님께서 아이들 움직임에 유달
신경을 쓰십니다. 시간 맞춰 알아들 할건데 하며 속으로 짐작만 하고 있었세요
울 딸이 학교 간다고 가방 메고 나오고, 울 아덜놈이 화장실에서 마악 똥꼬에 똥을
닦고 손 씻고 나오니까 아버님이 일어나시더니 아이들을 부르십니다.
상민아...병조야 이리 오련.
아이들이 오니까 만원씩 주시면서 이걸루 맛있는것도 사묵고 그랴...하십니다.
돈이 필요 없다고 딸아이가 사양을 하니까 오늘이 칠석이라서 세경 주는거라
하시네요. 아하. 오늘이 칠석이구나.
애들은 일도 안 하는데 뭔 세경이냐구요? ㅎㅎ 옛날에 저도 그렇게 물었더랬어요
아버님께서, <애들은 일 안해도 저렇게 잘 커주는 것만 해도 일보다 더 가치 있다>
하셨지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역시나 날씨도 흐립니다.
전설을 뒷받침해주는 날씨의 조화가 전설을 실감나게 해주는 시간.
밥을 다 먹고 치우고 있는데 아버님께서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으시더니 저에게도
세경을 주십니다.
"옛다, 상민이에미는 이만원만 해라.
"아이고 됐심더 아버님. 애들 주셨음 됐지 저까지 주세요 괘안아요^^"
인사로 그냥 사양 한번만 하고는 아버님 주시는 돈을 넙죽 받았다.
"고맙습니데이 아버님예"
시집 오니까 한 여름에 자두 수확을 했다.
자두밭이 한 팔백평쯤 되었고, 자두나무 수령이 15년쯤 되었으니 자두나무가 얼마나큰지
자두를 딸려면 그녀르꺼 사다리를 을러매고 나무꼭대기에 간들간들 매달린 자두를 따서
팔았다. 온 식구가 매달려서 자두 따기를 했다. 덥기는 좀 더우나. 그 땐 아버님도 기력이
있으셔서 새벽에 자두를 많이 따 놓고 또 차를 가지고 영업을 하셨다
어머님은 사다리 올라가서 다리 달달 떨리게 딴 자두를 밑에서 받아 놓거나, 아님 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아버님이 따신 자두를 다이랙트로 받으셨다. 하도 자두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살아서 머리 정수리 부분이 쏙 들어갔었다고 지금도 말씀을 하신다.
그렇게 자두 따서 돈을 하고, 칠석이면 우리들 모두를 불러 놓고 세경을 주신다.
그 땐 남편도 돈을 벌면 아버님께 드렸다. 나는 아이들이 어리니까 별루 돈 쓸 일도 없었지만
반찬은 어머님이 장을 봐 주셨고.
일년 세경 오만원, 그걸 받고 나면 왜그리 기분이 좋고 기쁜지...그 돈을 안 쓸려고 저축해
두었다가 친정 가거나 하면 그 때 썼다.
지금은 내가 주무르는 돈의 액수가 훨씬 커졌고, 한달에 이십이만원 생활비 주면 적자가
나든, 흑자가 나든 지지고 볶고 하는데 그 땐 정기적인 월급이 없었다.
그러니 그 돈이 얼마나 고맙고 좋겠는가.
오늘.
이만원의 일년 세경을 받았다
옛날 하고는 비교도 안 될만큼 아버님의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챙겨주시는
아버님의 뜻이 너무 고맙다.
언젠가...아버님 이야기를 함 써봐야지
그걸 작심한지 몇 해가 되었는데도 이야기 연결을 하지 못해 이러구 있다.
그리고, 어머님과는 달리 아버님의 생은 글로 쓰기엔 내가 다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싶은 마음에 주저하는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마음에 우뚝 결심이 서면 옛날 난다긴다 영화배우 뺨치게 출중한 <젊은 아버님의 사진>을 한 장 올리는 것부터 시작하여....옛날에 말이지...하고 한 마디 운을 떼기만하면......
대추나무집 싯째미누리의 수다는 끝이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