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5. 8. 12. 00:41


 

 

사람이 죽고나면 첨에는 어리둥절 슬픔이 뭔지 아픔이 뭔지 장례식 할 동안은 모르다가

 

왁짝이든 사람들 다 돌아가고 혼자 처연히 남아 집구석을 정리하다 보면 새삼 슬픔이 파도처럼

 

아니, 쓰나미처럼 밀려 온다고 한다.

 

손끝에 닿는 물건마다, 비릉빡에 박힌 못 하나에도 죽은 사람이 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러하지만, 물건도 역시 그러하다.

 

옛날에 내가 친정집에가서, 츠자적에 쓰던 작은 찻잔 네쌍을 들고 온 적이 있다.

 

그걸 보고 친정 둘째 남동생이 그 모양도 변변찮은 걸 말라꼬 가져가노 하면서 한 마디했지만

 

내 궁색한 변명은 <정이 들어서...>로 말꼬리를 흐렸을 뿐이다.

 

위쪽부터 볼펜들은 다 사연이 있다.

 

볼펜의 뚜껑을 열든지, 아니면 뒷부분을 돌리던지 하면 볼펜은 언제든 글씨를 쓸 준비를 하는데

 

문지르면 알라딘의 마술램프는 거인 지니를 불러내지만, 저 볼펜들은 갸륵하고 애틋한 사연을

 

불러낸다..

 

 

훗날,

 

울궈내다 울궈내다보면

 

저것들이 나서서 이야기를 풀어 줄 날도 있을게다.

 

마흔 셋 여편네는 뭔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