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5. 8. 18. 23:38

 




 

사람 하나 온전히 보내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온동네 사람들이 다 동원이 되었다

어제는 종일 꼼짝도 않고 쉬었다
비도 종일 내렸다

두둘겨 팬듯이 아픈 몸이다
아침에는 그래도 까치가 울어 가슴에 콱 막힌 무엇을 콕콕 집어간다

밤에는 편지를 세통을 쓰고
쓸쓸하기 이를데 없는 머리통을 흔들었다

이럴 때 고서방 술 한잔 할 줄 알면
얼마나 좋아

소줏병 주둥이를 통과하는 맑은 술이
퐁,퐁,퐁, 잔으로 낙하하며 내는 소리를
칙칙하고 음습한 내 영혼에 경쾌하게 하사한다면.

나란히 눕는다
결혼앨범에서는 예측치 못한 얼굴들이 누웠다

"여보, 당신일랑 오래 살아요 내가 먼저 죽을테니"

"............."

"죽은 사람도 불쌍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도 할 짓이 못돼야"

".............."

"지금 약속하자 응? 당신이 더 오래 살겠다고 말야"

손가락 걸고 약속하자고 내가 손가락 내미니 고서방 주먹을 꽉 쥐고는
열손가락중 하나도 펴지 않는다. 억지로 몇개 펴 보려다 피식 웃고 만다

마져, 너나 나나, 제 목숨이라고 제가 어떻게 할 수 있깐?

서로의 고집으로 죽을 때까지 살다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사라집시다.

"야 이여편네야, 똥발린 소리 그만하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