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글은 찌질하나 심정은 만땅!(리바이벌)

황금횃대 2005. 9. 14. 01:26

어제는 섬진강 갔지요
중학교 자모회 아짐마들과 같이 갔어요
잘나가다 곧잘 빠진다는 삼천포에서 그것도 모자라 골목골목 걸어들어가 기사가 예약해 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비릿한 바닷내음을 맡아도 아무도 감동치 않는 세월의 무딤을 아무도 의식하지 않았습죠


빗방울 후득후득 떨어지는 시간에 하동 입구에 닿았다요
이십년 되었네요 하동 땅 섬진강변을 바라본지가.
관광버스 안은 바야흐로 점심 한끼 횟감으로 야무지게 챙긴 아줌마들의 광란의 춤사위가 난무하건만 나는 관광버스썬팅을 동그랗게 오려내고서라도 기어이 보아야 했던 그 섬진강.

문득 붉은 철죽의 현란함이 지나가면, 산청 댓골 어느 한 章을 옮겨 놓은 듯 작은 대숲이 나오고, 그러다가 갈대풀숲 습지가 나오고. 그 풍경 눈에 채 담기도 전에 푸른 잎을 내민 신록의 나무가 나타나고... 나는 하여간 현란하고 무궁무진한 풍경 앞에 고만 압도되어 차에서 내려 엎어지고 싶더만, 그러나 아무도 나와 같은 눈길을 보내는 이 없어 한 없이 쓸쓸한 광란의 관광버스 안.

이십여년의 시간이 이음도 맺음도 없이 마구 지나가는데 나는 그저 눈물이 자꾸 나와 홀로 바짝 차창에 얼굴을 대고 눙깔을 빙글빙글 돌려 맺힌 시간을 눈물샘으로 다시 되돌리려 하나. 허이구 뚝, 내 발등을 찍으며 떨어지는 그 무엇.

나는 왜 이리 주책일까. 저 무리 속에 섞여서 일사불란하게 허무를 발바닥으로 깔아 뭉갤일이지 왜이리 주접을 떨며 혼자 바윗돌 같은 눈물방울 씩이나 뚝, 뚝 떨궈가며 지지리 궁상일까.

뒤에서 누가 오렌지를 던져 뒷덜미가 쿵한다.
이어질 듯 말듯한 애틋한 시간의 고리들을 힘겹게 이어가는 내 뒷통수가 퍽, 한다. 순간 곱지 않는 눈길에 독기 품은 눈초리가 버스 뒷칸으로 돌아가고.

역시,
내 삶은 화해였다기보다, 수 많은 독 송곳을 품고 살았던게야
에혀, 춤이나 추자
어이, 총무 여기 쏘주 한 병 갖다줘

병나발을 불며 마신 쏘주는 취기를 한 바가지 한 바케스씩 갖다 안기고
나도 난무하는 그림자 속으로 스며든다
쿵짜작쿵짝..이히이히..



생각으로 궁상을 떨어싸도, 몸이 뽀사지는 분진의 환영을 보아도 여전히 삶의 질곡은 무겁고도 깊은 것.

끌어안는 남편의 팔을 빠져나와 홀로 벽에 쪼그리고 앉아
소리없는 울음으로 어둠과 싸우는 일.


츠암내...끌끌(나의 끌끌 거림은 언제까지 계속 되려나.)
웃기는 짜장이여



이 글은 저 아래 어디쯤 있는 글인데 임병기님이 꼬리글을 달아 놓으셔서 나도 가서 다시 읽어 보았네요. 이 글을 쓸 때는 그냥 심정이 마구 넘쳐나서 썼는데 글은 좀 허접이죠? 제대로 추스리질 못해서 그래요. 쓰고 한 번 되돌아 볼 여유도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게 항상 모질라요. 잘 안되요. 습관이 안되서 그냥 두드리면 엿장사 엿떼는 가위처럼 제멋대로라. 그래도 읽어보니 내가 광란의 관광버스 속에서 홀로 비애를 씹던 그 때의 일이 고스란히 떠 오릅니다. 글로 기록해 놓으면 이런게 좋아요. 언제든 들춰보면 치맛자락 속에 삼각빤스처럼 ㅎㅎㅎ은밀하게 볼 수가 있고 그 시간을 당장 내 옆구리 옆에 딱 불러 앉혀 놓을 수 있다는거죠.

 

앞에 글 다 읽으신 분들은 그냥 넘어가고, 못 읽으신 분들은 이 여편네가 섬진강 강줄기를 보며 얼마나 거시기했는지 생각해 보시구랴 헤헤.

 

 

 

눈까풀이 똑 무거워죽겠는데 이러구 앉았네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