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국밥
오늘로 시간을 다투는 포도작업은 끝이 났다
포도 작업이 끝났다는 것은 뭔말인고하믄, 내가 책을 보고 싶을 때 볼수 있고, 아이들 학교 가면 득달같이 컴에 달라붙을 수 있다는 그런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차고 안에 청소를 다 하고, 깔판으로 깔았던 돗자리며 장갑, 수건...들을 다 빨아 널고 들어와 저녁을 먹었다.
소고기 국밥!
소고기 국에 금방 한 밥을 꾹꾹 말아서 두 그릇을 먹어주는 것이다.
그간 허겁지겁 시간에 쫒기며 먹든 밥에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듯, 식탁 중간 가름대에 다리까지 처억 올려놓고 배를 뚜드리가며 소고기 국밥을 먹는다.
소고기 국밥은 냄비에 따로 분량의 국을 팔팔 끓여 데워서 거기에다 밥공기를 뒤집에 밥을 넣고 말아서 팍팍 끓인다. 그걸 냄비째 똑 떼와서 밥상 위에 얹어 놓고 숟가락으로 위에 밥을 살살 걷어가며 후후 불면서 먹는다. 그럼 진짜 맛있다. 밥을 국물이 많게 말면 안되고 되작하게 빡빡하게 말아야한다
후후~~ 불면서 옛날 생각한다.
어릴 때 아부지랑 마주 앉아 가랑파 겉절이를 먹던 생각, 시장 가서 엄마랑 붕어빵 사 먹던 생각, 동생들이랑 여름에 하드 빨아먹던 생각, 회사 댕길때 저녁마다 거북식당에서 술 한 잔 하던 생각...이런 저런 생각을 밥 숟가락 위에 김치 덮드키 처억 덮어서는 입을 이따만시 크게 벌리고 숟가락을 명랑쾌활하게 밀어 넣는다. 아...맛있는 소고기 국밥.
천천히,
입 천장이 데이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그렇게 소고기 국밥을 먹고 땡땡해진 배를 내밀면 그동안 일하느라 꼬부라진 허리는 저절로 쭈~욱 펴진다.
살면서 왜 슬픔이 생기지 않겠는가. 소고기 국밥 두 그릇 먹고 배 내밀어 보라.
그러면 생은,부정의 반환점을 돌아 긍정의 아스팔트를 달리며 환해진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