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5. 9. 23. 19:27


 

<참싸리꽃-설중매님 작품>

 

 

 

또 국수를 삶아야 하는군. 들려온다.. 상민에미야, 국수넣고 한소끔 끓을 때 소금과 식용유를 넣어라 그러면 잘 퍼지지 않는단다. 퍼지지 않는 국수가 어디 있을라구요 어머님. 옛날, 하하 난 걸핏하믄 옛날이야 국화빵을 그 동네 첨 들여온 아저씨가 있었어 마산이 고향이여서 마산아제야 그 아저씨가 동네 언덕 밑에 작은 포장을 치고 멀건 밀가루국물로 국화빵을 굽기 시작했지
바람이 사정없이 언덕 아래로 몰아치는데 그 귀퉁이에 작은 포장은 성냥갑만했지 무명실 기름 방망이가 손사래를 칠때마다 주물 국화빵틀은 반지르르한 낯빛을 내어놓고 밀가루를 받아 들였어 폭 파인 국화문양에 빈틈없이 삽입되어지던 밀가루국물



둥그런 빵틀이 한바퀴를 돌아 오면 노릇노릇한 풀국화빵이 만들어졌지 한바퀴 도는 동안 우린 흘레짓을 바라보는 야릇한 눈빛으로 군침이 돌았지 종이 봉투 아! 그래 종이 봉투였다 네 모서리중 세 모서리만 풀칠이 되어 훅 불면 제 몸을 빵빵하게 불려 금방 푹 꺼져 버리던 풀빵을 담아 주었지
그걸 얘기하려는게 아냐
그 마산아제가 울아부지한테 노름을 가르쳤지 나이롱뻥으로 시작해서 뭐 벼라별걸 다 배웠지 굿삐라는데서 울아부지의 타격은 컷더랬지
그 타격의 방망이가 돌아간 곳에 아버지를 제외한 다섯식구의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순아 심부름 좀 할래 저기 탱자나무 울타리집 맞은편에 국수집있어 거기가서 국수 한근만 사와 매일 한근 한근으로 이어지던 우리의 끼니 국수집에는 젖은 국수 마른 국수 귀퉁이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밀가루푸대가 시도때도 없이 조으는 광경 일요일이면 교회를 갔다 헌금 십원을 동생과 오원씩 나눠 가지고 제법 먼거리에 있던 교회 거긴 성가를 잘 부르던 친구가 있었다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요 나는 주님의 귀한 어린양 그 친구가 그 노래를 부를때면 나는 국수 봉다리도 그걸 들고 오든 신작로의 먼지도 다 잊었다 탱자나무에는 여자라는 희안한 열매가 전혀 여자같지 않게 노랗게 익었다 그걸 먹는다고 했다 쪼개어 보면 붉은 열매와 육질이 있었다 여자는 붉은 건가..



국수물이 넘친다 제정신으로 돌아와 몇가닥 건져서 찬물에 헹궈 쪼르륵 빨아 먹는다 찰기가 넘치는 저 낱낱의 비단실 같은 국수 식용유 한 방울에 윤기까지 빤지르르 한다
국수 헹구는 물이 플라스틱 소쿠리 아래로 떨어진다
흐르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