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미웠다, 고왔다..

황금횃대 2005. 10. 13. 21:51

며칠 전에 잠결에 잘못 들은 걸 나한테 얼마나 욕을 하며 퍼붓던지 내가 쌩눈물이 다 났더랬어요

사람이 너무 황당하게 당하면 머릿 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가지고 뭐라 대꾸할 말도 생각이 안나요. 씩씩거리다가 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며 이불 덮어쓰고 혼자 울다가 별 발광을 나도 다 했어라. 그렇게 울다보니 속이 시원한게.. 내가 몇 살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한숨이 폭폭 나오등만요. 그래도 날 새면 내 언제 그랬노 하며 고스방은 맹 사는 표정 그대로 날 대하니 꼭 지난 밤은 어데 톳재비한테 홀린 것 같아요

 

고스방 참 희안한게 십수년 살면서 디게 화가 안 나는 이상 따로 잠을 자거나 등을 돌리고 잠 자지 않아요. 처음 결혼해서 하는 말이 아무리 싸우고 그래도 등 돌리고 자지 말자 하더니 그 맹서를 자신이 화가나면 잠들 때야 엥돌아져 자는 것 같아도 자다보면 둘이는 어느 새 달라 붙어 잔다는거지요. 고스방이 참 희안하고 신통한게 잠 잘 때는 누가 떠매고 가도 모르는데 제 팔에 누군가의 머리가 닿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끌어 안는다는 것입죠. 내 머리가 보통 큰게 아닌데 이날 입때까정 팔베개를 해 주고 밤새도록 잠을 자니..그거 하나 참 신통해요. 다 내삐리고 싶어도 그거 하나 만은 안 내삐리고 품속에 잘 접어 넣어 두고 싶은거죠

 

그러니 나는 자연 목케이로 세워서 잡니다. 다른 사람한테 푼수때기같이 이야기하면 다들 숨 막혀서 어떻게 안겨 자노..이러지만 그것도 버릇되고 습관되면 그게 편해져요

코는 또 얼마나 골며 자는지...내가 자는데 누가 방문을 열면 파뜩 깨는데 고스방이 트럭 시동 안꺼진 소릴 내며 코를 골아도 참 잘 잔다는거죠. 아...나도 참 신통합니다.

 

부부가 살면서 닮는다는게 그게 하향평준화가 됐든 상향평준화가 되든 희안하게 서로 편하게 적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선 보고 한 달 십팔일 만에 결혼을 해도 이렇게 서로 갈라서지 않고 살고 있는거재요.

 

오늘 새벽에도 일찌감치 깨서는 넘의 잠옷을 훌떡 걷어 올리며 배를 맞대며 따뜻하네 어쩌네 함씨롱 하는 말이

"못난이를 이렇게 허구헌날 끌어 안고 자는 나도 참 멍충이여"

그러더니 히히 웃습니다 웃으며 또 하는 말이

"못났기에 망정이지 이뻣으면 벌써 다 깨물아먹고 없을고야"

 

아! 가을.

 

이 가을이 고서방한테 무슨 짓을 한고야

 

 

어이구...퇴근하나벼  삽작닫는 소리가 나네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