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사랑의 거리(距離)

황금횃대 2005. 10. 20. 13:00

    <용담이래요 광주박씨아자씨 작품/용담 밑에 거미줄이 여봐란 듯이 찍혔세요.어떤 거미쉐이가 저개다 집을 지었는지...>

 

 

 

 

울 아덜놈이 쇠고기 장조림을 새송이 팍팍 썰어 넣어서 해 달라고 두 달 전부터 내게 부탁을 했는데 포도 박스 접어 주만 해주마 하고 미루다가 포도일 끝나고, 나락 퍼 담아 주면 해주마 하다가 나락도 다 말려서 땅그라이 묶어 재놓고, 중간고사 시험 칠 때 잘 먹어야 하니까..그 때 해주마 해놓고는 중간고사도 고만 끝났뿌고, 이제 구실 붙일기 없어서 냉동실에 낑낑 얼은 고기 덩어리 꺼내서 삶는 동안 컴 앞에 앉아 퀼트 천 구경하다가 홀라당 태웠시요.

 

 

고기국물 탄 연기가 방에 등천을 합니다. 부엌은 너구리 잡구요

이넘의 컴 앞에만 앉으면, 당신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김수희의 노래처럼 와 그래 깡그리 잊어 먹었뿌리는지 (칫...나만 그런 거 아닐껄?) 어머님이 "야이, 부엌에 뭐 얹어 놨나..."후다닥 =3=3=3

 

 

아 다행! 고기 국물만 타고 고기는 조금 밖에 안 눌었어요 근데 바짝 오그라붙었네. 이걸 다리미로 다릴 수도 없고, 찢어야 하는 고기가 찢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단단해져서 칼로 쑹덩쑹덩 썰어놓고 새송이 사러 갈라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어? 도나지님이 황간 휴게서에서 잠깐 쉰다고 구미 내려 가시는 길이래요. 무조건 황간 나들목에서 차 내리라하고는 퍼뜩 이것저것 사다놓고 오는데 마음이 급해서 다리에 있지도 않는 박차를 가합니다.

 

 

오토바이타고 나들목으로 부앙...가니 도나지님이 이미 도착해 있어요. 누추한 시골 다방으로 갑니다. 언젠가 말한 한양다방, 육십년대 풍경 속으로 올라갑니다.

다방 커피 한 잔에 천오백원하더만요. 나는 그냥 털레털레 나갔는데 도나지님이 호두과자 한 통을 내밉니다. 어이구 속으로 어찌나 미안하던지...맨날 묵을 거 많다고 자랑만 했지 그런거 좀 챙겨 올줄도 모르는 나는 참말로 숭악한 여편넵니다.

 

 

동행 하신 새임 한 분하고 다방에 앉아 주특기를 살립니다. 어제 고서방하고 아이 학원문제로 한따까리 할 뻔 한 이야기를 하는데 도나지님하고 옆에분하고 말이나 지대로 알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얼마나 내 신명에 겨워 빠르게 지끼쌌는지...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싶습니다.

점심 먹을 시간도 안 되고, 구미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하니 억지로 묵고 가이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다시 나들목으로 와서는 헤어지는데 잠시 안았어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사는데...차암..애쓰시..>여기까지 이야기하는데 고만 눈에 눈물이 핑 도는게 목이 메이지 않겠어요. 말은 꿀떡 삼키고, 눈물의 반대 카드 <웃음>을 입가에 매답니다. 그러니까 눈물이 쏙 들어가요. 여자를 안든 남자를 안든....그 안은 대상이 마음으로 안기고 마음으로 안을 때는 그냥 슬픕니다. 왜 그렇죠? 나는 그래요 ㅎㅎ

 

 

그녀가 멀어지고 나는 다시 오토바이를 부왕~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자그마한 그녀, 그러나 강한 그녀가 늘 건강하게 하는 일에 신명이 넘치고 힘이 넘쳐서 다른 사람한테도 행복을 마구마구 전파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도나지님 반가왔세요.

그라고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황간 지나가기 전에 황간휴게소가 있는데 거개서 커피 한 잔 뽑아 들고 저한테 처억 전화를 하시는 겁니다. 그럼 십중팔구는 제가 집에 있으이까네 바로 나갈 수 있습니다. 끼니때면 뜨끈한 올뱅이 국이라도 한 그릇씩 같이 먹고, 끼니 때가 아니면 보온병에 물 담아 가서 커피 타서 길 가에 앉아 이야기해도 좋으이까네...그래라도 함 보입시더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