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고스방이 부르는 悲歌

황금횃대 2005. 11. 1. 09:07

지난 토요일하고 일요일에는 다음에 내가 속해있는 카페에 정기 모임을 황간에서 갖었더랬어요

두부도 하고 돼지 등뼈 고아서 시레기국도 끓이고, 이것저것 일박이일 먹을걸 준비해서 토요일 늦게사 반야사 입구에 있는 반야산장에서 다들 모였어요.

지난 봄에 포도순 질러 주러 그들이 농활팀을 급조해서 왔었는데 포도 따 주러도 오겠다는걸 그 때는 너무 바빠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미루다가 가을이 됐응께 이리로 오라구 했세요.

 

반년 만에 만나지만 또 반갑습니다.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묻고 얼싸안고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합니다. 늦게까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지면서 쌀랑하게 식히며 자신을 누르며 살아 온 세월을 위로합니다. 술과 벗과 더불어 깊어가는 가을 밤은 쉬이 잠들지 못하고 이슬처럼 동글동글 맺혀서 아침에는 마른 풀잎의 몸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그들이 돌아가고 집으로 오니 고스방은 얼굴이 뚱합니다. 뚱하다 못해 곧 터져 버릴 아이의 볼멘 얼굴처럼, 한 사나흘 엄마의 소식을 모르다가 갑자기 돌아 온 엄마를 봤을 때처럼 얼굴에는 가득 온갖 감정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어요. 하룻밤 나가 잤으니 나도 미안해서 부러 목소리를 한 톤 높여서 설명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영 돌아오는 목소리가 건조하기 이를데가 없습니다.

 

잠자리에 누워서 또 거기에 온 사람들을 묻습니다

그렇게 궁금하면 당신도 은근히 함 와보지 그랬어요. 그냥 인사차 쪼뱅이 신랑이라면서 들러 음료수 한 잔하고 인사하고 가면 좋잖여..하고 슬쩍 말했더니 내가 거길 머하러 가냐고 대뜸 이야기합니다. 뭐 하러 온다기 보다 마누래가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하고 어울리는가 보면 되잖여..했더니 벨로 좋은 얼굴이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소통되는 모든 것을 못 미더워하는 고스방. 그 씨잘데기 없는 가상의 공간에서 영양가없이 히히덕 거린다고 다들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몰아 부치는 고스방한테 일일이 내가 설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으니 보나마나 믿을 구석 없다고 말하는 편견 앞에 나는 입을 다물어 버린지 오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하는 말이,

 

나는 니가 그런사람들하고 어울리는게 영 못마땅해. 들러리 밖에 더 되느냔 말이지. 그라고 밥도 식당에서 적당히 사먹고 말 일이지 니가 그렇게 신경써서 꺼치름하게 돌아댕기니 내 맘이 편하겠어? 그 사람들하고(시인 소설가 도시사람...) 어울리는게 영 가당키나 한가 말이다.

그 사람들이 어때서? 시인, 소설가...도시 사람..다 사람인데 나 또한 사람이고 그런데 못 어울릴게 뭐가 있으며..대꾸를 하다가 고만 입을 또 다물어버립니다.

 

어이구 못난아...니 처지를 좀 똑바로 알어라...하며 날보고 모자라고 못났다고 자꾸 머리를 쥐 박으면서 뭐라그래요. 고만 눈에 눈물이 핑 돌아서 울어버렸세요. 그러면서 팽 돌아 누우니...좀 미안한가 자꾸 끌어땡기요. 손을 홰액 뿌리치면서 모질란 여편네 아는 척 하지 말라고 울먹이며 쏘아줍니다. 내가 평상시는 이래도 좋아 저래도 그러려니 하고 사는데 디게 화나면 싸늘해지거등요. 될 수 있으면 그 상황까지 안 갈려고 몸부림을 치는데 아 저누무 스방은 결국 경계선을 넘어갑니다.

 

이씨..나 별로 못난 사람 아닌데. 거기 오는 사람들 98%가 내 팬이란 말이야.쩝.

속으로야 그렇게  생각을 할지라도 서방이 자꾸 머릴 쥐박으며 날더러 못났다 하니 참..서글프데요. 그렇게 돌아누워 눈물을 짜고 있으니까..고스방이 날 돌려 누일라고 자꾸 꺼땡기며 그래요

 

"여편네야...울고 싶은 사람은 낸데 니가 와 우노.."

 

헉!!

 

내가 고스방 맘 모르는거 아닙니다. 나는 토요일 음식하고 준비물 챙기느라 그냥 입고 있던 옷에 차가 오길레 갈아입을 딸래미 체육복 하나 챙겨가지고 갔지요. 아침에 일어나 입던 바지 입고 얼굴에 화장도 안하고 머리카락은 길어서 삐죽삐죽 뼏쳤죠..화장 안하면 마흔 넘은 사람의 맨얼굴은 좀 꺼치름하잖여. 그라고 다른 사람 다 보내고 서울로 가는 언니 셋은 고서방 차를 타고 영동역까지 가서 내가 배웅을 한다고 차표 끊고 왔거등요. 빽밀러로 뒤에 앉은 도시 사람들을 살펴봤을 고스방. 앞 좌석에 앉은 마누래는 척박하기 그지없는데 뒤에 사람들은 일류멋쟁이들이니까 좀 거시기 했던 모양이여. 거기다가 그들은 시인이라지.. 소설가지 하니까..ㅎㅎㅎ

 

그맘 압니다. 내 마누래만 왜저래 후줄그레하나...까짓 밥 한 그릇 사먹으면 되지 그렇게 동동거리며 장 봐와서 장만하고 챙기고..보나마다 여편네가 다 챙기고 했을낀데..하는 생각이 들자 고만 심술이 났던게지요. 돌려 눕혀 놓고는 토닥거리며 한 마디 합니다.

 

으이고 이 못난 여편네야..니가 내 맘을 백분지 일이나 알까..

 

 

나는 고스방 품 속에서 훌쩍훌쩍 눈물이 잦아 들고 뭐라 말도 못하고 꼼지락거리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근데,

 

 

이 좋은 풍경을 보고 온 여편네에게 꼭 그런말을 고스방은 하고 싶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