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십일월
황금횃대
2005. 11. 2. 09:29
죽음의 한 연구
박미라
황태덕장에서
죽음의 무리를 사열한다
온몸을 곧추 세운 채 줄지어선
정지된 목숨들.
어린 병사들처럼 잔뜩 얼어 있다
다시는 날렵하지 않아도 좋을 지느러미와
그만!바다를 잊어야 할 젖은 살점을 헤집는
저 매운 바람은
마지막 한 방울의 물기까지 걷어갈 것이다
이제, 마른 장작처럼
노릇노릇하게 말라야 한다
물기 빠져나간 자리마다
기억의 냄새를 채워야한다
찢어질 때까지 벌린 입 속으로
흰 눈이 꾸역꾸역 쏟아진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위하여
하늘이 제 살점을 저며내는 중이다
오랫동안 이웃이었던 빈집을 돌보듯
내리다가, 그쳤다가,
눈은 하염없다
자신의 죽음을 확인하는
황태의 눈꺼풀을 자꾸만 쓸어 내리며
바람이 길게 심호흡을 한다
죽음도 모여 있으면 따뜻한 것인지
빈집 골목이 훈훈하다
시집 <붉은 편지가 도착했다> 2004 현대시
*박미라 시인이 내 뺨을 만지면서...참 이쁘게 살아가는데 상처가 없어..한다
<나는 상처가 너무 많아서 그 상처가 이젠 무늬가 되었다>고 하는 시인의 깊은 눈을 나는 마주 누워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