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방을 닦다가..

황금횃대 2005. 11. 4. 14:04

몇 년전 걸레 빨아서 월남치매 입고 방 닦다가 뜬금없이 치마 속을 들여다보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랭이를 딱 벌리고

들여다 보면

한 눈에 보이는 내 삶

어디서 나고

어떻게 살다가

그렇게 가고 말...


내 삶이 한 눈에 다 보이는

슬프디 슬픈 눈동자같은..

가랭이

 

 

 

그런데 내가 아는 분의 블로그에 갔더니 이 시가 있다.

 

 

        저 늙은 여자의
        거웃 하나 없이 어두운 음부를 곁눈질한다
        샤워기는 안중에도 없다
        이따금 바가지로 물을 끼얹을 뿐
        그때마다 목욕탕 바닥이 철퍼덕 철퍼덕 울어댄다
        그녀의 삭정이 같은 몸엔 섬이 하나 있다
        한 삶이 떨어져 나온 흔적과 또 다른 생을 잉태했던 곳
        언제부턴가 그 아스라한 경계가 혹처럼 불거졌다
        깊어진 주름에 가려 배꼽은 보이지 않는다
        한때 삶의 오르가슴을 향해 부풀어 오르던 자궁은
        이젠 캄캄한 주름의 계곡이다
        저 주름들, 나무들이 나이테를 그려왔다
        그 푸른 줄무늬 실핏줄처럼 온몸에 번질 때
        주름은 비로소 옹송그려 깊어지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중심으로 향할수록 점점 조밀해지는 등고선
        기억하는가, 활화산처럼 타오르던 한 생애의 봉우리
        그러나 이젠 고통의 분화구만 남은 잊혀진 섬 하나
        보아라, 늙은 여자의 슬픈 민둥산
        겹주름이 사방연속 무늬처럼 이어진
        저 비리고 캄캄한 구멍이
        나와 너 그리고 세상이 일어선 곳이다

 

 

       <그녀의 바닥>  박옥순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아마 나도 저 메모을 쓸 때가 2001년쯤 됐으리라

정작 방 닦으며 저 생각이 들때는 눈물이 뚝뚝 떨어져 발등에 떨어졌지만 방 닦고 난뒤에는 잊었다 그러나 시인은 그걸 잘 다듬어서 저렇게 잘 묶은 시 한 단 내 놓았다

부럽지만 나는 참 안되는 구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