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전봇대와 무궁화

황금횃대 2005. 11. 5. 12:19

 

 

전기줄이 윙윙 우는 겨울이 올래나

느릅나무 이파리는 눈처럼 흩날린다

옆집 민석이 엄마는 마당에 나뭇잎이 떨어진다고 싫은 내색을 하는데

저 무성한 나무가 낙엽을 다 떨어뜨리고 홀딱 벗을래면

아직도 몇 번의 바람이 더 몰아쳐야한다.

나무귀신이 있다고 믿은 우리집 식구들은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는걸 몹시도 꺼려하는데

나는 동네 사람과 식구들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어제도 노란 구르마 끌고가서 낙엽을 쓰는데

지나가던 군의원 권주하씨가 한 마디한다

그거 다 떨어지면 쓸던지 해야지...우리 어릴 땐 느릅나무 새순나면 훑어다 떡도 쪄먹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 느릅나무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조나단리빙스턴 수탉도 가고 없는 마당에

저 나무조차 베어질 운명이니

한 이백년 묵었을 나무를 바라보며

가을은 깊어,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