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첫눈- 겨울
황금횃대
2005. 12. 4. 10:30
12월은 이렇게 시남시남 안부 묻는 편지를 쓰다보면 금새 지나간다
농사일이 끝나서 하냥 마음은 늘어지는데도, 다른 한 켠으로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해서 바삐 움직이던 때의 추억들이 공연히 엉덩이를 들쑤시기도
한다지.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연필을 잡고 느리게 쓰여지는 것들을 애써
쓰다듬어 보기도 한다.
아이들이 시험 준비한다고 늦도록 오지 않고 있다.
맨발로 내려 선 마당에서 열 한시 반점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가물 하늘이 깊고 깊어 짙어 보이는 칠흑 위에 무수 별들이 반짝인다
도처의 가뭇한 사람들 머리 위에 온갖 전설과 반짝임으로 수 억년을
건너 온 빛이, 시린 겨울밤과 어울려 사람의 마음을 한층 내려 놓는다.
별이 반짝이는 것도 일상이고, 실꾸리를 오래 들여다 보는 일도 일상이고
일정 길이를 잘라 바늘에 실을 꿰고 구멍 난 아들의 양말을 꼬매는
일도 일상이라...일상, 일상, 일상..의 연결들이 실꾸리의 실처럼
풀려나와서 나는 내가 아는 한 페이지의 생을 꾸리고 있다.
2005.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