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친절한 운자씨...

황금횃대 2005. 12. 7. 09:48

참고로 고스방의 이름은 고운X이다.

이맘때쯤이면 전국의 중고등학생은 기말고사를 본다고 정신이 없을거다

정신 없는 정도가 아니고 아주 똥오줌을 못 가릴 정신일게다

공부를 잘 하면 잘 하는대로, 못 하면 못 하는대로 시험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머리 꼭지에 피가 바작바작 마를 지경일거라

 

우리집 중고등학생들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라 이미 시험이 시작된 고딩 딸은

거의 폐인 수준으로 집구석을 어질러놓고 공부를 하고,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함은 물론이거니와 이것이 먹고 잡니, 저것이 먹고 잡니 하면서 에미의 발품을

팔게 한다.

 

그렇다고 울 딸이 공부를 잘 하냐? 절대 아니다.

애기 때는 발음이 하도 또록또록하고 기억을 잘 하니까 고스방이 딸래미에게 근사한

직업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요즘 고스방의 판단으로는 저게 뭘 해서 먹고 살까..자못

근심이 자욱하다.

 

처음 딸 아이를 낳았을 때, 며칠 전 광주 전남지역에 내린 눈처럼 눈이 푸지게 왔다.

해산 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에 있는 병원으로 한 달음에 달려오려 했으나 교통이 끊길

정도였으니, 하룻밤 자고 어지간히 길이 뚫린 뒤에 고스방이 처음 병원에 와서 딸을 보고

한 말은

"얼래? 대머리 츠자를 낳았구만..."

그렇다, 울 딸은 딱 지정한 해산 예정일에 하루도 안 틀리고 나왔는데 머리카락이 거의

없어 대머리 처녀였다.

머리카락이 영 안 나는 것도 아닌데 신생아실 유리를 통해 간호사가 아기를 들어 보일 때

고스방의 뇌리에는 온통 저 대머리 츠자를 어떻게 시집을 보낼까..하는 생각 뿐이였다나?

(믿거나 말거나)

 

대머리 신생아 울 딸은 무럭무럭 자라서 그야말로 이젠 한 덩치하는 츠자로 자랐는데

그 딸이 고스방은 미웠다고왔다 한다.

시험 공부 하느라고 하루 종일 밖에도 안 나가고 방에서 헝클어진 머리 모양하고 처박혀 있는

꼴을 보자니 짠하고, 자기가 주장하는 공부 방식을 따라주면 좋을 텐데 전혀 그러지 않는

딸래미가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도 저녁이면 늦게 들어 오기 전, 집으로 전화를 해서 아이들이 자냐구 물어보고 간식거릴

챙겨온다. 아이들 하나 하나에게 뭘 먹고 싶으냐는 둥, 아이가 먹고 싶은 걸 이야기하면 그 간식이 몸에 좋은건지 해로운 건지 전화통에다 대고 친절히 설명을 하고 아이를 설득해서 자기가 사 주고 싶은 것을 사다준다. 아...정말 친절한 운자씨다.

 

그 친절한 운자씨가 성적표만 받아오면 돌변한다.

마치 주머니 속에 송곳을 숨겨놓은 사람처럼 그 동안 간식 사다 대며 들인 정성을 홀라당 까먹으며  아이들에게 자발 머리 없는 복수를 하는게다. 물론 나 역시 성적표를 보면 피가 꺼꾸로 솟기는 한 가지지만, 그렇게 인정사정 없이 몰아 친다고 아이들 성적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거기다 덧붙여 느닷없이 친절한 운자씨, 복수의 칼날을 나한테 들이댄다.

 

평상시 니가 아이들을 좀 다그쳤어야지. (다그친다고 되요?) 내 말뜻을 못 알아묵어 이핀네가. 좀 규칙적으로 공부를 하라고 유도를 했어야지(아, 공부를 지가 알아서 해야지 엄마가 잔소리 씹는다는 되여?)저래가지고 내중에 뭘 해묵고 살긋어(나는 더 공부 못했어도 지금 잘 살고 있거등요)할 수 없지 똥장군 지고 농사 짓는 수 밖에. 둘다 낼 부터 학교 가지말고 집구석 일 거들엇(허이구...날 보고는 땅을 더 사서 농사 짓자 하면서 쩝..)하여간 그동안 사다 나른 콘푸레이크에 우유에 빵에 영양갱에....그 다양한 종류만큼의 복수극을 펼치고야 좀 수그러든다.

 

어제도 예외없이 고스방은 전화를 한다

띨렐레띨레레레레레레레..

 

친절한 운자씨 전화다.

 

아덜 자나?

뭐 먹고 싶은고 물어봐라

 

 

...........

 

 

 

무/서/운/ 운/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