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머리카락이 많이 길었다고 얘기했죠?
이놈의 머리카락을 자르자니 몇 개월 기른 것이 아깝고
파마넨트를 하자니 고스방이 아침마다 일어나
"누구세요??"하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물어쌀끼고
그라고 둘째놈 낳고는 긴머리를 잘랐으니 짧은 숏커트로 지낸지 어언 십오년.
그러니까 변화에 대한 의구심도 들고..
그랬는데 어제는 울 딸래미가 파마넨트 <미리보기>를 해 준답니다
머리 감고 말려서 앉아 있으니 고대기를 들고 제가 좋아하는 스퇄로 마구 지저댑니다.
내가 그거 그렇게 하지말고 고불고불하게 말아봐라 하고 주문을 하면
원래 손님은 가만히 있는거래면서 미장원 아지매가 해 주는기 손님한테 가장 잘 어울린다며
제 식으로다 나를 가운데 앉혀놓구는 주변을 뱅글뱅글 돌면서 머리를 해 줍니다.
이럴 때, 딸 없는 사람은 얼매나 서릅고 그럴까..하는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울 딸, 공부는 못해도 머리 손질하는건 참 잘해요
누가 그 애비의 그 딸 아니랠까바...그 애비? 고스방 이야기를 또 할라치면.
(솔직히 고스방 이야기 좀 띄워서 할라했는데 ㅎㅎㅎ)
고스방이 머리 손질 하는데는 정말 전문가래요
아침마다 머릴 감고는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볶아싸니 요즘은 속알머리가 좀 빈 느낌이여.
머리 손질, 참 지성으로 합니다.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흐트러지는 꼴을 못봐!
조금 곱슬머리이니, 여름에 땀나면 꼬불꼬불 희안하지만 그걸 그렇게 안 만들려고 눈물겨운 정성을 쏟아 붓습니다.
어쩌다 처갓집에 가면 절대로 베개를 베고 잠을 자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 손질 하려면 처갓집에서 자기 하는 식으로 할 수가 없으니 밤새도록 머리를 꼼짝을 않고 고대로 잡니다.
정 불편하면 책을 두 권 가져다 그걸 베고 자고.
한 손질 머리카락 고스방.
자기 머리카락만 그렇게 하느냐? 오 노!
아들이나 딸이나 마누래나...머리 감고 나와서 수건으로 털고 있으면 어느 새 다가와 머리를 말려 준다고 드라이기 가지고 달려듭니다.
드라이 빗으로 바람머리처럼 휙휙 넘어가게 말려주겠노라 짧은 머리카락이든, 긴 머리카락이든 드라이 빗 들고 무조건 따라붙습니다. 이거 넘들이 보면 어째 저래 자상하노 하겠지마...어흑.
드라이 빗으로 살살 하지 않고 마구 머리밑을 쑤시기 때문에 눈물이 찔끔찔끔 납니다.
그리고 머리주인 당사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절대 해 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기 좋아하는 스퇄로 마구 빼버립니다.
울 아덜 : 아빠 아파
고스방 :짜슥이 아프긴 머가 아파 - 두 마디도 안 합니다. 한 마디면 끝납니다.
울 딸 : 아빠 앞머리 그쪽 방향으로 넘기는기 아니여
고스방 :에헤이..니는 머리가 커서 이쪽을 이렇게 슬쩍 가리면서 얼굴을 작게 만들어줘야 한다카이. -상황 종료.
고스방은 자기가 지금도 산부인과 의사가 안 된것, 패션디자이너가 안 된것, 미용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가장 애석하게 생각하는데.
저녁 무렵...
미리보기 머리카락이 어떻게 변했는지 기대하시라...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