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5. 12. 20. 08:38

새벽, 일어나기 직전에 꾼 꿈은 어머님이 돌아가신 꿈이였다

이제 나 혼자 어떻게 살아가나 막막한 심정이 되어 울다가 깼다

어둠 속에 벌떡 일어나니, 남편도 그대로 코를 골고 자고

안방에서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도 그래로다

그래...일상은 그리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어느 날, 맞이 하게 될 일.

 

잠 자기 전에 명상을 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정리는 되지 않고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의 꼬리만 붙잡다 그만 두다.

여전히 어렵다.

 

초저녁에 토끼티 모임이 있어서 나가다

싸우고 난 뒤 처음 갖는 모임이라

추풍령까지 가서 고기 먹고 와 찬숙이네 가게에서 다시 그 날 못다 푼 것들을 이야기한다

버스 속에서 의사전달이 원활치 않아 그런 오해가 생긴 것이고

오늘 이렇게 다 털고 다음부터는 서로 생각하는 옛날로 돌아가자고 하고 헤어졌다

 

식당 앞에서는 고스방이 홀로 기다린다

약밥을 갖다 주고 생수도 한 병 엥기니 잘 먹는다

"어째 안 들어가고 있어요?"

"쪼뱅이 나오면 태워갈라고  기다렸찌."

"그래요? 고맙습니다아"

나는 하루에 세 번 고스방한테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려한다.

하루 종일 그와 나는 몇 번 만나지는 않지만, 순간순간 부딪치며 고스방이 내게 해 주는 속깊은 배려를 나는 잘 안다

그래서 생각 날 때마다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하기로 했다

 

추운 날 시장까지 걸어가야 할 때 걸어가는 나를 보고 차를 세우고 태워줘서 고맙고, 다시

집 앞까지 장 본거  실어서 같이 와 줘서 고맙고

빵이 먹고 싶어 점심 먹으러 왔을 때 속보이게(너무나 빤하게 보이는) 다리를 주물러 주며 빵이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미깔시러하지 않고 저녁에 들어올 때 빵을 사가지고 오는 것도 고맙고, 누가 고스방 먹으라고 주는 빵과 음료수도 혼자 홀딱 먹지 않고 집에 와서 내 보는 데서 한 입 떼 먹고는 나에게 넘겨준다. 내가 빵을 너무 좋아하니까. 그런데 나는 어떤가

나는 맛있는 빵 사서 혼자 먹는다. 그것도 숨겨놓고 살곰살곰 혼자서. ㅡ.ㅡ;;

 

그렇게 고맙다고 인사하니 고스방도 좋아한다

월급을 전해 줄 때도, 아이들 학원비며 자잘한 교육비를 벌어서 내게 몽땅 털어 줄 때 고맙다.

자신을 위해서 일 주일에 한 번 로또 복권 사는 일 밖에 없는 고스방.

새벽 단잠을 자다가도 전화 벨 소리에 벌떡 일어나 전화 손님 받으러 간다 그렇게  번 돈을 고스란히 내게 넘겨준다.

 

자신을 철저하게 절제하고 사는 고스방이 가끔은 존경스럽다

나는 그렇게 못한다. 경계를 넘어가서 맘껏 유영하고 싶은 욕구를 나는 잘 다스리지 못하는데

고스방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사람 사는 맛이 아니라고? 아니다. 그는 맛과는 차원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나는 그걸 안다. 그래서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