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게질
서울 사는 아저씨가 며칠 전 날씨가 디기 추울 때 달달 떨면서 전화를 했어요
그래서 집에 있던 실로 목도리를 떠서 보내드렸더니 참 따뜻하고 좋다며 조끼를 짜 줄 수 있냐고 물었어요
촌에서 요즘 바쁜 일은 없어요 그래서 흔쾌히 짜드리겠다고 했어요
전화로 옷의 싸이즈를 물어봅니다.
뭐 세세히 묻는기 아이고 그냥 메리야스 싸이즈가 몇이세요? 하고 물어요
그럼 대개 100입는다고 그래요
검은색이 무난할거 같아서 수예점에 가서 실을 사 코를 잡아 옵니다
참 오랜만에 뜨게질을 해요
아이들 어릴 때는 쉐타며 조끼며 자주 짜서 입혔는데 커서는 잘 안했어요
아이들이 안 입을라해서 자연 멀어졌어요
옛날 어릴 적에 울엄마도 내게 이렇게 실로 스웨터를 짜서 입혔어요
첨에는 며칠 전에 불이 난 대구 서문시장에 가서 505 장미모사를 사와서 동네 편물집에 가서
맨드리하게 편물기계로 스웨터를 짜서 입혀주시고, 한 이년 입으면 팔이 짧아지고 품도 작아지고. 그러면 엄마는 실을 풀어서 내게 맞게 대바늘로 스웨터를 새로 짜주셨지요. 실을 조금 더 사서 원래 있던 실에 보탰어요. 갈 수록 실의 폭삭함은 줄어들었지만 사라진 탄력과 보온성을 엄마의 사랑과 정성으로 메꾸어가며 그 실은 십년을 넘게 풀었다 짰다를 되풀이 했지요
짬짬이 저걸 들고 앉으면 고스방이 뭐라해요
눈도 나쁘면서 그걸 들고 앉았다고
그러면 뭐 들여다보고 짜는게 아니구 손의 감각으로 짤 정도니까 눈에는 괘안타고 합니다
고스방은 이런거 짜 주어도 안 입어요
신혼 초에 조끼를 짜 줬더니 안 입고 턱 던져 놓기에 친정 아부지를 드렸지요
며칠 전에 뒷판 완성하고 오늘 앞판 반쪽을 다 짰어요
짚엎스타일의 조끼를 짜니까 앞판 반쪽을 더 짜야해요
노느니 장독깬다구..조끼를 짜다보면 머리 속에는 예전에 짜 놓은 쉐타 죄다 풀어서 다른 색 실 섞어가며 옷을 짜볼까..하는 생각이 종일 굴러다녀요
가끔 생각키를...나는 손이 노는 꼴을 못 보는구나..싶어요
손에 책이 들려져있거나 아니면 연필..맨손으로 있을 때가 잘 없어요
이것도 일종 중독인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짜드라 부지런한것도 아님씨롱
뭔가를 손에 쥐고 있고 꼬물딱거려야 마음에 안정이 오는..그런 종류인것 같습니다.
삼일 정도만 더 꼬물딱 거리면 조끼의 앞판 한 쪽이 완성될거구 수선집에 가서 앞판에 지퍼를 달면 조끼는 따뜻하게 완성될거라요
싸악 스팀다리미로 다려서 착, 착 개서 보내면 받는 사람이 몹시 좋아 하시겠지요?
마음을 나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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