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6. 1. 17. 08:45

하루 비가 내리더니 이틀은 연달아 날이 흐리다

춥지도 탁 풀리지도 않은 새꼬롬한 날씨지만 코를 벌름벌름하면 어디선가 봄냄새가 몇 가닥 섞여있다

대한 추위가 남았고,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먼발치에서 목도리 두르고 우릴 쳐다보고 있다만

바깥 나들이에 장갑을 굳이 끼지 않아도 좋은 날들이다.

 

누군가에게 부탁받은 털실조끼를 짜면서 자주 창 밖을 내다본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되지만 건네주고 난 뒤 얼마 입지 않아 계절이 성큼 바뀌면 어쩌나 하는 심사가 깔렸다.

길 가다 마주친 목련나무는 그 눈들이 얼마나 볼록볼록한지 필시 저것들이 속에 무엇을 잔뜩 품었구나 하는 인상을 지울 길 없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쳐다본다. 그것들은 쉬이 터져 주는 것이 아니건만 눈길은 집요하다. 한참을 쳐다보다 다시 길을 걷는다

며칠 전만 해도 금상교 다리밑 흐르는 물들은 꽁꽁 얼어서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지치고 그랬는데 그 얼음짱이 녹아 내리고 있다. 얼음 위로 부는 바람도 누그러졌겠지만 그 아래 흐르는 물들도 벌써 제 몸의 단단한 얼개를 풀어헤쳤단 말인데.... 아! 계절.

 

설이 다가 오는 길목에서 다리 위 공터에는 탱탱탱 경운기 돌리는 소리와 펑, 하고 터지는 튀밥의 연기가 종일 화음을 맞추며 부산을 떤다.

펑, 하는 울림에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돌려보는 것조차도 추억의 풍경이 되었고, 흩어진 튀밥을 곱은 손으로 주워 호호 불며 먹던 손길도 이젠 찾아 볼 수 없다. 그런 것 먹지않아도 될 만큼 살기가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우리의 주위에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언 꽃으로 피어난다.

 

이미 연말에 자기 정산을 할 시기는 지나갔건만, 그 때는 공연히 마음이 바빠 못한 정리가 이즈음 새록새록 떠 올라 새삼 연필을 들고 마음을 가라 앉혀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그래보았자 쓰잘데 없는 상념의 소용돌이에 발을 구르고, 새삼 마흔 넷이나 된 세월 앞에 새로운 계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꿈 한 가닥 손가락으로 걸러 쥐고 용맹정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루는 역사가 있겠지.

 

올해의 내 목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