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저녁..
황금횃대
2006. 1. 20. 17:46
내 몸은 곧 사라지겠지요. 때로 거추장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웠던 살덩이는 흙이 되어 땅으로 흩어지겠지요. 돌아 흐르던 피는 스미어 물이 되고, 분주하게 끓던 내장은 불이 되고, 가까스로 지탱하던 뼈는 한 줌 회백색 가루가 되어 바람 속에 뿌려지겠지요. 얼키설킨 인연으로 잠시 합치었다 인연이 끝나면 헤어지는 무상의 법칙을 따라, 땅과 물과 불과 바람으로 빚어진 내 몸은 본래 왔던 자리로 돌아가겠죠
<영영 이별 영 이별> 김별아
늦은 밤, 혹은 아침에 일어나서 반가부좌로 앉아 저 글을 떠 올린다.
마음은 팥죽 끓듯 북덕북덕 방울을 밀어 올리며 끓어 오르는데
어깨에 힘 빼고, 그렇지 힘을 빼야 해
단전에 단단히 동아줄을 시늉으로 삐끌어 맨다. 그러면서 허리를 쭉 밀어 올린다
네모난 거울 속에 나는 반듯한 자세로 앉는다
오늘
이렇게 흐트러짐 없이 살아야지
길을 걸을 때나
책을 보거나
입으로 음식을 떠 넣을 때도
이 자세를 염두에 두어야지
오늘
이렇게 흐드러짐 없이 살았는가
길을 걸을 때나
책을 보고나
허겁지겁 음식을 밀어 넣을 때도
저리 반듯하게 나를 곧추 세웠던가
그러다 스르르 힘이 빠진다
마음 속 세상은 아직도 꾸리꾸리하니 흐렸고
입에서 뱉는 말은 가시를 품었다
아, 마음 하나 평상심으로 돌려놓는데
헉, 헉, 식은땀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