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6. 1. 26. 12:37

 

<밤 일을 생각하니 열이 뻗쳐올라 친정 아부지께서 보내 주신 사과를 바지가랭이에 딲아 썩, 베어문다. 시원한 과육과 과즙이 입 안에 가득찬다. 아부지 고맙습니다. 속이 씨원하네요>

 

 

 

어제 아침에는 목욕을 갔었지. 시엄니랑 같이 갔으니 목욕하고 집에 왔는데 몹시 되근햐

점심에 올뱅이 국 끓이는데 전구지가 없어서 시내까지 걸어가서 사왔지, 또 오후에는 조끼 다짰는거 지퍼 달아 놓으라 했는거 찾아 오느라 또 걸었지..저녁에는 새마을 협의회에서 김을 팔으라고 30봉지 들이 한 박스를 가져왔기에 그거 집집마다 팔러 다닌다고 뛰어 댕겼지..그러니 열한시쯤 되니까 잠이 지절로 오는거야. 읽던 책이 어떻게 엎어졌는지도 모르고 골아떨어졌는데 무서운 꿈을 꾸었어. 또 꿈 이예기네 해도 할 수 없지 하도 꿈이 생생하고 무서워서.

 

꿈이 어찌보면 현실의 연장이라더니 꿈에 어머님하고 나하고 싸왔어. 어머님이 울 아덜에게 내 잘못을 낱낱히 까발리며 날 쫒아내시는거라. 꿈에서라도 그게 얼마나 무섭던지 사지를 바짝 오그리고 긴장을 하고 잤네. 어머님이 날 그렇게 미워하시면 저 자식들을 놔 두고서라도 집을 나가야지...하고 혼자 분노 반 걱정 반으로 전전긍긍 생각하고 있는데 고스방이 티비를 보면서 마루에서 자다가 방으로 자러 들어온겨.

 

형광등 불이 켜지니 꿈 속에서 눈쌀을 찌푸렸지. 비몽사몽 헤메는데 고스방이 옷을 벗고 들어오더니 막무가네로 내 옷을 벗기는거라 내가 신경질을 냈지. 아이 도대체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래요. 사람 잠도 못자게 이렇게 쑤썩거리싸.. 두 어번 더 손이 들어오는걸 내가 또 징징짤았네 그러니까 고스방 홱 돌아 눕는겨. 그러고는 씨파 하고 욕을 하기 시작하네.

 

자기가 거절 당했다고 생각하는거지. 여편네라는게 스방이 생각있어 찝쩍 거리면 아랫도래 갖다 대기만 하면 될건데 뭔 그리 유세가 심하냐고 노기 등등해서 내게 칼날 같은 말들을 한다

비몽사몽 투정하다가 정신이 확 깬다. 고스방은 이제 돌아 누워 분함을 삼키느라 숨소리가 거칠다. 자다가 날벼락이 별건가 이런게 날벼락이다. 옆에서 가만히 누워있기 뭐해서 화장실 갔다오는데 이젠 내가 화가 나는 것이다. 마루에서 서성거리다 추워서 방으로 들어와서는 한참을 앉아 있었다.

 

옆에 눕는 기척이 아니보이자 고스방은 날 봤겠지. 여편네가 또 어둠 속에서 앉아 있으니 화가 더 나는 것이겠지 안 자고 뭐하냐고 위압적인 말로 낮게 이야기한다.

잠이 다 깨서 잠이 오냐구

잠 자야된다고 지랄하더니 뭐 하는 짓이야 왜 그렇게 앉았어 이유를 말해봐

급하게 다그친다

이불 속으로 들어와 누웠는데 고스방은 씩씩거리지 나는 가슴이 답답하지 밤중에 뭐라 싸우진 못하지... 부부간에 이 뭐냐 싶게 말 한 마디가 얼음짱이다.

 

지금 이렇게 돌아서서 서로가 등 돌리고 어깨 세워 자고 나면 내일부터는 또 살얼음판이 될 것인데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벼라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고는 내가 고만 화 풀으라고 꿈이 하도 희안해서 내가 대답을 그렇게 했나보다 하고 끌어땡겨도 자기는 화가 목구멍까지 차 올랐다면서 손도 대지 말라고 한다.

 

잘못했다는 소리와 두 번을 그렇게 끌어 땡기니 그제서야 자기 잠 다 달아났으니 잠을 재워놓으란다.

내참...물에 떠내려가는 놈 건져놓으니 내 보따리 내놔란 식으로 애시당초 넘의 잠을 깨운 사람은 누군데 자기 잠을 찾아달라니

어이가 없지만 다시 되돌아 누울까바 끄땡겨 놓고는 수작을 한다

천리길이나 달아난 잠을 찾아 줄라면 별 수 있어?

 

저는 이제 난난나나나 쏴~ 하고 잠이 들었지만, 나는 동창이 희꾸무리 밝아 올 때까지 목구멍 울대까지 차오른 비애를 가라 앉히느라 혼자 숨결을 삭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