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그냥.
황금횃대
2006. 2. 1. 16:09
이틀 연이어 비가 내렸어요
찹찹한 공기 속으로 물기가 떨어지는 느낌은
한마디로 신선합니다.
마치 채소밭에 물을 뿌릴 때처럼.
푸석푸석 먼지 바람을 피우는 것들에게
생명의 속삭임처럼 비님이 오셨세요.
철둑 비얄 마른 섶불 속에서
풀들이 아함~ 기지개를 켜면서 몸을 일으켜요
투명한 빗물을 받아 마셨는데도 그들은
금방 초록피톨을 만들어내고
화색을 푸른빛으로 내놓습니다
곰팡이가 피려는 내 얼굴에도 빗물의 은총은 뿌려져
한결 피부가 촉촉합니다.
'촉촉'하니까 <칙촉>이란 과자가 생각나요
그 과자를 먹으며 달콤한 연애를 하진 않았지만
연애라는 말 한 마디에 몸 속의 열기가 순간 심장으로 몰려듭니다.
누가 그랬어요. 생은 한 편의 소설이라고.
그 말뜻이 뭔 말인고 하였는데 이렇게
<칙촉>을 통해서 비 오는 날의 달콤한 연애를 기억해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소설 같은 삶이 아니란 말이지요
아무리 심심 골 때리는 생의 한 가운데를 무료한 표정과
기운없는 족적으로 걸어가고 있다해도
언제, 어디서, 생은 뜬금없는 기억들의 모티브들을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소설의 줄거리로 쏟아내니 말입니다.
하여간 오늘도 날은 흐려 비는 내리고
방구들 온도를 서서히 높이며 책을 뒤적이는 시간에도
우린 소설의 한 구절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