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딸년에게 뭐얼 물려줄끄나
황금횃대
2004. 4. 12. 17:16
인터넷이 들어오고 아줌마들이 모여서 생활 수다를 떠는 카페에 가입을 하고, 거기서도 내 푼수끼는 여지없이 발휘(?)되어 나는 아줌마들로부터 본의 아니게 과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오년의 세월이 흐른 동안 수 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고, 또 꽤 친한 관계를 유지시켜 오면서 나름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까닭에, 이즈음에는 나역시 데면데면한 마음만 내비칠뿐 처음 마음처럼 그렇게 절절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라 하여 영판 눈에 보이는 사람의 사는 꼴에서 영 벗어나지는 않는다
괜시리 주는거 없이 눈꼴시린 놈이 있는가 하면, 그닥 내게 단맛으로 대꾸하지 않아도 이상시리 정이 가는 사람이 있어, 이녀르꺼 세상도 역시 사람이 두둘기고 내뿜는 삶의 호흡에서 영 자유롭지가 못하구나 하는 맘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황간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다고 말하면, 에잉 설마 하고 눈꼬리를 외로 치켜드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날이면 날마다 농사꾼 여편네의 어설픈 농사일의 고단함을 주끼다 봉께로 긴가민가 하는 마음들이 얼래? 진짜잖아 하는 수긍으로 돌아갔으니.
아무래도 도시 사는 사람들은 내가 치는 뻥에 조금 약한 편이다. 손가락이 아프다하면 그녀르꺼 돈 안되는 농사일 하느라고 골병이 들었다고 수시로 전화를 하여 위로를 해주고, 몸무게가 불어나 다리 관절에 으악으악 으악새 우는 소리가 난다하면 그를 측은히 여긴 사람이 값비싼 붙이는 금속침을 자세한 사용방법에 애정어린 근심의 한편 메모를 적어 보내주기까지 하였다.
부산에 사는 언니는 내가 속이 아프다는 말을 하였더니 매실청을 보내면서 할머니 드리라고 사탕까지 몇봉지를 넣어서 보내왔고, 아줌마들은 대개 예쁜컵을 보면 나에게 주고 싶어 샀다면서 공기방울이 가득 들은 포장지에 과하게 포장을 하여 소포로 보내왔다.
이렇게 받은 선물들은 내가 아껴서 커다란 화장품 종이곽 안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는데 어떤 이는 한번도 본적없는 내 신체를 상상으로 재단하여 레이스뜨기로 볼레로를 짜서 보내오기도 하였다.
사람의 능력이란 어떨 땐 깜짝 놀랄만큼 신통방통하여 그렇게 보내온 옷이 조금 조이는 듯 딱 맞게 내 몸에 들어 맞을 때, 역시 점쟁이 빤스는 특정인에게만 허용되는 능력의 빤스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어제도 예의 그 종이 상자를 열어 딸아이와 같이 여러가지 선물 물품을 들여다 보았다.
국적이 다른 몇개의 지갑, 작은 비단조각을 잇대어 뒷면을 장식한 손으로 만든, 오백원짜리 동전 세개만한 크기의 작은 손거울, 수채색연필에 그냥 색연필들...글을 잘 쓰라고 보내준 필기구들과 모시조각보, 서방한테 맞아 눈텡이 밤텡이 되었을때 끼면 아주 적격일 커다란 검은색 썬그라스, 서울 출장간다는 소리에 사서 보내라고 명령하여 어거지로 받은 세필용 붓, 그리고 몽탁한 불티가 찻잔에 튄 자욱이 있는 찻잔 하나의 받침에 며칠 전 받은 유화까지
딸아이는 그것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이야기 한다
'엄마의 어디가 이뻐서 다들 이런 것들을 보내 오는가 몰라"
웃고 말지. 나도 그건 잘 모르니까.
그러나 속으로는, 얘야 이거 모두 너에게 물려줄게. 나는 친정엄마에게 이런 잡다한 물건들을 받지는 않았지만 재미있는 성격과 낙천적인 마음을 물려받았단다. 지지리 궁상이라도 서러워하지 않고 언제나 쾌활川 명랑물결처럼 찰랑찰랑일 수 있는 능력을 요만큼도 빠뜨리지 않고 물려 받았단다.
"나는 이 거울이 젤 마음에 들어"
딸아이가 비단거울을 들어 제 얼굴을 비춰보며 은근히 욕심을 낸다. 아무리 욕심을 내어도 지금은 안 돼!
옛날 우리의 엄마들은 딸에게 무얼 물려주었을까.
조신한 마음가짐과 시집가서 이를 악물고 지켜내고 이겨내야 했던 정신을 물려 주었겠지. 조금 형편이 좋으면 쪽진 머리를 가로지르던 비녀를 뽑아 친정어머니 보듯, 내가 살아 온 길을 들여다보라는 듯 비녀를 뽑아 주며 딸에게 애틋한 정을 주었겠지.
내가 아끼던 시집도 몇 권 챙기고, 나들이 길에서 마음에 들어 산 예쁜 물건들을 딸아이 몰래 모아 두었다가 시집 갈 때 비녀 대신 챙겨 주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아침은 세월이 십여년 앞당겨 내 앞에 엎어져도 좋은 시간이여라.
전상순
그러나 사이버라 하여 영판 눈에 보이는 사람의 사는 꼴에서 영 벗어나지는 않는다
괜시리 주는거 없이 눈꼴시린 놈이 있는가 하면, 그닥 내게 단맛으로 대꾸하지 않아도 이상시리 정이 가는 사람이 있어, 이녀르꺼 세상도 역시 사람이 두둘기고 내뿜는 삶의 호흡에서 영 자유롭지가 못하구나 하는 맘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황간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다고 말하면, 에잉 설마 하고 눈꼬리를 외로 치켜드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날이면 날마다 농사꾼 여편네의 어설픈 농사일의 고단함을 주끼다 봉께로 긴가민가 하는 마음들이 얼래? 진짜잖아 하는 수긍으로 돌아갔으니.
아무래도 도시 사는 사람들은 내가 치는 뻥에 조금 약한 편이다. 손가락이 아프다하면 그녀르꺼 돈 안되는 농사일 하느라고 골병이 들었다고 수시로 전화를 하여 위로를 해주고, 몸무게가 불어나 다리 관절에 으악으악 으악새 우는 소리가 난다하면 그를 측은히 여긴 사람이 값비싼 붙이는 금속침을 자세한 사용방법에 애정어린 근심의 한편 메모를 적어 보내주기까지 하였다.
부산에 사는 언니는 내가 속이 아프다는 말을 하였더니 매실청을 보내면서 할머니 드리라고 사탕까지 몇봉지를 넣어서 보내왔고, 아줌마들은 대개 예쁜컵을 보면 나에게 주고 싶어 샀다면서 공기방울이 가득 들은 포장지에 과하게 포장을 하여 소포로 보내왔다.
이렇게 받은 선물들은 내가 아껴서 커다란 화장품 종이곽 안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는데 어떤 이는 한번도 본적없는 내 신체를 상상으로 재단하여 레이스뜨기로 볼레로를 짜서 보내오기도 하였다.
사람의 능력이란 어떨 땐 깜짝 놀랄만큼 신통방통하여 그렇게 보내온 옷이 조금 조이는 듯 딱 맞게 내 몸에 들어 맞을 때, 역시 점쟁이 빤스는 특정인에게만 허용되는 능력의 빤스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어제도 예의 그 종이 상자를 열어 딸아이와 같이 여러가지 선물 물품을 들여다 보았다.
국적이 다른 몇개의 지갑, 작은 비단조각을 잇대어 뒷면을 장식한 손으로 만든, 오백원짜리 동전 세개만한 크기의 작은 손거울, 수채색연필에 그냥 색연필들...글을 잘 쓰라고 보내준 필기구들과 모시조각보, 서방한테 맞아 눈텡이 밤텡이 되었을때 끼면 아주 적격일 커다란 검은색 썬그라스, 서울 출장간다는 소리에 사서 보내라고 명령하여 어거지로 받은 세필용 붓, 그리고 몽탁한 불티가 찻잔에 튄 자욱이 있는 찻잔 하나의 받침에 며칠 전 받은 유화까지
딸아이는 그것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이야기 한다
'엄마의 어디가 이뻐서 다들 이런 것들을 보내 오는가 몰라"
웃고 말지. 나도 그건 잘 모르니까.
그러나 속으로는, 얘야 이거 모두 너에게 물려줄게. 나는 친정엄마에게 이런 잡다한 물건들을 받지는 않았지만 재미있는 성격과 낙천적인 마음을 물려받았단다. 지지리 궁상이라도 서러워하지 않고 언제나 쾌활川 명랑물결처럼 찰랑찰랑일 수 있는 능력을 요만큼도 빠뜨리지 않고 물려 받았단다.
"나는 이 거울이 젤 마음에 들어"
딸아이가 비단거울을 들어 제 얼굴을 비춰보며 은근히 욕심을 낸다. 아무리 욕심을 내어도 지금은 안 돼!
옛날 우리의 엄마들은 딸에게 무얼 물려주었을까.
조신한 마음가짐과 시집가서 이를 악물고 지켜내고 이겨내야 했던 정신을 물려 주었겠지. 조금 형편이 좋으면 쪽진 머리를 가로지르던 비녀를 뽑아 친정어머니 보듯, 내가 살아 온 길을 들여다보라는 듯 비녀를 뽑아 주며 딸에게 애틋한 정을 주었겠지.
내가 아끼던 시집도 몇 권 챙기고, 나들이 길에서 마음에 들어 산 예쁜 물건들을 딸아이 몰래 모아 두었다가 시집 갈 때 비녀 대신 챙겨 주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아침은 세월이 십여년 앞당겨 내 앞에 엎어져도 좋은 시간이여라.
전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