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그는 죽었고, 또 다른 그는 '누이'를 불렀다
황금횃대
2004. 4. 12. 17:26
1.
초저녁 반신욕을 딸과 같이 하고 눕다
작은 욕조 물이 둘 들어 앉으니 반신욕의 경계를 넘다
열두시가 넘도록 의자에서 조을던 서방은 들어오자 찝적인다
자다가 일어나면 게릴라처럼 뇨의가 습격을 한다
뇨의를 버리면 오줌 줄기를 따라 깊던 잠도 빠져나간다
배 위로 올라오는 서방이 지나는 말로 한 마디 한다
그가 죽었데 오늘,
간암이랬지 똑 나하고 나이가 같어. 시골 구석 신협 상무라면 모르는 사람없지
총회때마다 양은 들통에 행운권 번호를 큰 소리로 뽑아내던.
'자, 쌀 이십킬로 한 푸대..는 노근리 아자씨한테로 갑니다' 총회의 날나리 결산이 끝나면
어디서 모여들엇는지 사람은 배로 늘어나 각자의 손끝에 화투장처럼 쥐어진
행운번호를 기억하며 모저리를 쳤지 에이 이번에도 꽝이잖아
웅성웅성 자신의 번호가 당첨 되었음을 알리는 군중이 손을 들면
들러리 직원에게 정확한 손가락 짓으로 상품의 종착지를 알려주던
그가 죽다니,애무는 건성건성 아래 위로 오르 내린다 마음이 식었다
'앉아서 해 볼래?'
'무릎이 아퍼야 오늘 낮에는 시내 갔다가 갠신히 걸어왔는걸'
'살살 하믄 괘안을겨'
몇번을 운동하다가 고만 피그르르 내려오고 만다
'너무 힘드네'
'그럼 누워'
마음에는 양은 들통을 들고 흔들던 그의 모습이 보인다
말기래...간암
소식이 떠돈 것은 지난 추석무렵이다. 시고모가 와서 알려준다 니들 신협에 예탁 많이 안했나
그가 주무르던 규모는 그의 발병으로 고만 위태하다
나는 내비둔다.
어느 날 저녁,
수해로 무너진 방둑 공사가 완성되었을 때 방둑 따라 면민들이 걷는 운동을 많이 했다
나도 그 길을 밟아 가다가 다리 초입에서 만난 그의 식구들.
아들 하나 딸 하나 그의 아내, 반바지를 입은 그가 식구들 손을 굴비 엮듯 엮어서
방둑을 차지하고 걷던 풍경
이 밤,
그의 식구들은 숨 넘어가는 비애에 깜빡 자물시겟지
나는 사라진 풍경에 홀로 쓸쓸하여.
2.
누나, 지금 노래방에서 누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누나 생각이 나서......
삐삐,
빨치산은 밤중 산 속에서 담배를 피우면, 그 불빛이 백리를 간다고 경계를 한다
모두가 잠든 한 밤중
문장이 걸어와 안착하는 순간 발악처럼 들리는 저 음
백리 밖의 감촉을 두드리는.
일년여를 넘게 연락도 없던 그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지리도 안 풀리던 몇년간의 누적이 벼랑으로 그를 몰고 갔어도
저 봐....살아 있으면 삐,삐, 하고
교신이 오잖아
가만히 빠져나와 확신 버튼을 누르면서
<눈 딱 감고 살아봐>
마음 속으로 나도 한 줄의 문장을 타전하고 있다
이 밤,
그는 죽었고, 그는 누이를 부른다
상순
초저녁 반신욕을 딸과 같이 하고 눕다
작은 욕조 물이 둘 들어 앉으니 반신욕의 경계를 넘다
열두시가 넘도록 의자에서 조을던 서방은 들어오자 찝적인다
자다가 일어나면 게릴라처럼 뇨의가 습격을 한다
뇨의를 버리면 오줌 줄기를 따라 깊던 잠도 빠져나간다
배 위로 올라오는 서방이 지나는 말로 한 마디 한다
그가 죽었데 오늘,
간암이랬지 똑 나하고 나이가 같어. 시골 구석 신협 상무라면 모르는 사람없지
총회때마다 양은 들통에 행운권 번호를 큰 소리로 뽑아내던.
'자, 쌀 이십킬로 한 푸대..는 노근리 아자씨한테로 갑니다' 총회의 날나리 결산이 끝나면
어디서 모여들엇는지 사람은 배로 늘어나 각자의 손끝에 화투장처럼 쥐어진
행운번호를 기억하며 모저리를 쳤지 에이 이번에도 꽝이잖아
웅성웅성 자신의 번호가 당첨 되었음을 알리는 군중이 손을 들면
들러리 직원에게 정확한 손가락 짓으로 상품의 종착지를 알려주던
그가 죽다니,애무는 건성건성 아래 위로 오르 내린다 마음이 식었다
'앉아서 해 볼래?'
'무릎이 아퍼야 오늘 낮에는 시내 갔다가 갠신히 걸어왔는걸'
'살살 하믄 괘안을겨'
몇번을 운동하다가 고만 피그르르 내려오고 만다
'너무 힘드네'
'그럼 누워'
마음에는 양은 들통을 들고 흔들던 그의 모습이 보인다
말기래...간암
소식이 떠돈 것은 지난 추석무렵이다. 시고모가 와서 알려준다 니들 신협에 예탁 많이 안했나
그가 주무르던 규모는 그의 발병으로 고만 위태하다
나는 내비둔다.
어느 날 저녁,
수해로 무너진 방둑 공사가 완성되었을 때 방둑 따라 면민들이 걷는 운동을 많이 했다
나도 그 길을 밟아 가다가 다리 초입에서 만난 그의 식구들.
아들 하나 딸 하나 그의 아내, 반바지를 입은 그가 식구들 손을 굴비 엮듯 엮어서
방둑을 차지하고 걷던 풍경
이 밤,
그의 식구들은 숨 넘어가는 비애에 깜빡 자물시겟지
나는 사라진 풍경에 홀로 쓸쓸하여.
2.
누나, 지금 노래방에서 누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누나 생각이 나서......
삐삐,
빨치산은 밤중 산 속에서 담배를 피우면, 그 불빛이 백리를 간다고 경계를 한다
모두가 잠든 한 밤중
문장이 걸어와 안착하는 순간 발악처럼 들리는 저 음
백리 밖의 감촉을 두드리는.
일년여를 넘게 연락도 없던 그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지리도 안 풀리던 몇년간의 누적이 벼랑으로 그를 몰고 갔어도
저 봐....살아 있으면 삐,삐, 하고
교신이 오잖아
가만히 빠져나와 확신 버튼을 누르면서
<눈 딱 감고 살아봐>
마음 속으로 나도 한 줄의 문장을 타전하고 있다
이 밤,
그는 죽었고, 그는 누이를 부른다
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