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시,시,시,시, 펄,펄,펄,펄.

황금횃대 2004. 4. 12. 17:33
고등학교 동창모임이 있는데 인원이 한 여덟명쯤 되요

81년 졸업을 하기 전, 삼년 모은 저금을 타는 날 동성로에 우르르 몰려가

튀김을 사먹고 그 테이블에 우연히 모인 친구들이랑 같이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때는 열한명이였지만 지금 여덟명만 남았네요

저마다의 이유로 나간 사람도 있지만, 결혼하고 일년 뒤에 모진 서방 만나

자살한 친구도 있네요

실로 그 모임이 츠자적에야 댓번 일박하는 여행을 하긴 했지만

하나 둘 결혼하고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지난 일요일에 첨으로

여행을 갔더랬습니다

먼저 결혼한 친구가 올해 결혼 18주년이 된다고 이야기 하는걸로보아

우리의 여행은 한 이십년만에 가는 것이였지요



다행이 여덟명이 모두 갈 수 있어서 해운대 한화콘도에 여장을 풀고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와서는 바다가 내다뵈는 창가에 앉아 환호를 질렀댓지요

15층 높이의 창가에서 바라본 바다는 세세한 주름을 배제한 멋진 푸른비단폭입디다

햇살을 받아들인 일렁임만이 보석으로 빛을 내는.



편하게 둘러앉아 시원한 맥주와 과일을 먹으면서 해가 지는지도 모르고 이야기를 했네요

다섯개뿐인 베개를 돌려 베가면서 누웠다 일어났다 비스듬히 몸을 세웠다 각자 아무도

공간과 시선에 신경을 쓰지않고 저 하고 싶은대로 앉아 이야기하고 웃습니다



여자들 여럿 만나면 정치적 이야기야 아예 안하지요

연애인 이야기..~~~~카더라 방송국의 흘러나온 이야기부터 서방들 이야기 시댁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학교 선생님 이야기 교육환경.....끊임없이 이야기 소재가 나와서

우스은 이야기에는 모두들 방바닥을 치면서 꼴까닥 넘어갑니다.



그러다 친정 아부지 이야기가 나와서 나와 같이 황간 사는 친구가 이야기를 했는데

바람둥이 친정아부지 때문에 츠자적에 아부지 뒤를 밟은 이야기며 그런저런 이유로

엄마가 돌아가신 이야기며 엄마 이야기를 할 때는 모두 목이 매여 눈물을 철철 흘리고

그녀가 가슴을 펑펑 때리며 제삿날 풍경을 이야기 할 때는 그만 목놓아 울고 맙니다.

그리고 왜관사는 친구의 친정아부지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린 또 언제 울었느냐는듯

실실 웃고 말았는데. 둘 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혼자 남아있어 자식들이 어떻게

아버지에게 대해줘야하는지 난감하다는...그러는데 해가 어데로 숨은지도 모르게

광안대교에 반짝빤짝 불이 들어왔어요



택시를 타고 민락동 회센터에 가서 회를 시켜먹습니다

운전기사가 안내를 해줘서 그리로 갔는데 어딜가믄 마찬가지겠지 싶어서

삼층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우린 또 맘껏 떠들었지요

설중매에 소주에...술 권하는 친구가 예쁘장하니 아직도 고등학생처럼 멋진데

그 친구가 콧소리를 내면서 술을 권하고 "완 샷!"을 외칠때는 정말 웃겨서 죽는줄 알았어요



다른 친구들은 잘 안 먹고 한 네명이서 소주 다섯병에 설중매 세병을 마셨으니

삼층 계단을 어떻게 내려온지도 모르게 내려와 길을 건너 노래방가서

아주 용꼬로 망가졌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것이..몇명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들이라

뒷치닥거리를 다 할 수 있었지요

숙소에 돌아와서도 속이 거북해서 하나는 밤새도록 깩�거리고...ㅎㅎ

이런꼴을 서방들이 봤으면 그야말로 기절초풍을 하였슬겁니다

새벽 3시까지 또 이야기를 하다가 잠을 잔동만동 깨어서 김치에 라면 넣어

해장국을 끓여 따끈한 새밥을 해 먹었지요



몸이 안 편해서 그런가 다들 해운대 모래사장에도 가지 않고 나와서 집으로 오고 말았으니



친구들은 집으로 보내놓고 나는 부산에 있는 친구놈을 만났어요

홀애비 청산할 줄 알고 좋다했는데 알고보니 사귀던 여편네와 헤어졌다고

애시당초 날고뛸때 수상터니.....속풀어준다고 복지리를 시켜놓고 자초지종을 물으니

가난한 시인에게는 시집 가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 시발련...아니 그런걸 모르고 사겼는가

새큼하고 시원한 국물 한숟갈 떠넣다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한마디.

그래도 그누무 자슥은 뭔 미련이 있다고 나에게 그렇게 말하지 말란다.

그려, 사람들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사연으로 살아가지.

그 여편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 기간으로 치면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무리 제 실속을 찾아 떠난다고는 하지만 정리야 매몰차게 끊어질려구...이렇게

내 마음을 추스리는대도 불끈 욕이 튀어나온다. 그러나 가만히...가만히 주저앉히고



기분도 꿀꿀한데 영화나 보러가자

실미도를 앉아서 본다.

놈은 팔짱을 끼고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다

"야...손 일루 내봐"

그러니 손을 준다

남자여자가 나란히 앉아 영활 보는데 손도 안 잡고 보면 뭔재미여.

ㅎㅎㅎㅎㅎ



훨 뜨뜻하고 좋잖아 이 바부탱이 같은 놈아







또 한놈 더 나오라해서 퇴근시간 되어 헐레벌떡 나왔다

곱창을 연탄불에 구우면서 오그라드는 곱창살을 바라본다.

나를 사이에 두고 둘은 詩를 이야기한다 나는 먼나라에서 환청처럼 들리는 소리같다

詩, 詩, 詩, 시, 시,



"상순아, 니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왜 포기하노. 다른사람이 뭐래도 내가 보기에

니는 희망있다"



"�다고만!"

모질게 무지르고 소주를 또 털어넣는다. 곱창이 탄다...아줌마 여기 탔는데 가위로 좀 잘라주소

시커먼것이 잘려져 나간다. 내 속도 같이 잘라져 나간다.





이렇게 며칠 속 쓰리고 있다보면 잊어지겠지 시시시 시이펄...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에는









눈이 내린다.






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