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4. 4. 12. 18:11
난 일요일 새벽,
밤에 갈증이 난다고 늦도록 음료수를 마시던 고스방
아니나 다를까 네시 무렵에 일어나 변소에 소피를 보러간다
나는 체형은 곰탱이과라도 소리와 터치에는 제법 민감하여
옆에서 뿌시럭 소리만 나도 잠을 깬다


변소를 다녀 온 고스방 와서 한다는 말이
화장실 변기 물이 씨원하게 잘 안내려가니
정화조 청소를 좀 하라고 내게 말한다.
그러겠노라 잠결에 대답을 하고 계속 잠을 잤는데
그 때부터 내 꿈은 막힌 변기를 뚫는 꿈의 연속이였다
이놈의 변기가 고장이 나서 연거푸 푹샥푹샥으로 뚫어도
물을 내리면 똥이, 그것도 누런 청국장같은 똥이 뭉개뭉개
자꾸 변기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똥이 더럽다는 생각이 별로 안드는게 모양이나 색깔이 천상
된장같다.
꿈 속이라도 저 된장같은 똥덩거리가 변기 밖으로 넘치면 어쩌나 싶어
계속 물을 내리고 푹샥푹샥 뚫어로 쑤시다가 물을 내리면 또
똥이 뭉개뭉개...여튼 꿈치고는 디러운 꿈이다.
똥에 질려 똥 넘친다는 소리가 목구멍에 가득 찰 즈음
눈을 퍼뜩 뜨니 여섯시가 훌쩍넘고 일곱시가 다 되었다
도대체 몇시간이나 똥과 푹샥푹샥과 씨름을 한거야

다행이 눈 뜨자마자 달려가 뱃속에 오물을 비워내고 떨리는 손으로
변기 물을 내리니 꿈처럼 똥이 피어오르지 않고 꾸르르릉 소리를 내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어지간히 아침 나절이 지나서.


딸아이가 김천을 간다고 한다. 오호...내가 오늘 똥꿈을 꾸었지
그것도 누우런 된장같은 황금똥을.
고서방이 복권신봉자지만, 부부란 같이 살면 어쩔 수없이 꼬라지가
닮는가보다. 나도 딸아이 주머니에 급하게 체크한 로또 용지를
착착 접어서 돈 만원과 같이 찔러준다.

야,
이 복권 당첨되면 니들 품에다 노트북 한 권씩(?) 갖다 엥긴다!
이렇게 큰소리를 치면서 잠시 행복하다. 물론 나도 노트북 한권 챙겨야지
아빠에게는 운전복 유니폼을 새로 맞춰주고
할머니에게는 전동휠체어를 사드리고
할아버지께는 근사한 티셔츠를 사드리자.
마당에 창고도 새로 짓고 .......


근데 똥꿈과 복권과는 찰떡같은 인연이 있는걸까?
어쩐지 고서방의 변기 운운 소리 때문에 그것이 꿈과 연결이 된 것같아
갑자기 본전 생각이 나지만, 오는 토요일 늦은 밤
똥꿈이 대박으로 당첨되면(그럴리야..하고 고개를 흔드시는 당신 기억할고야 ㅎㅎ)
다들 내게 축하의 전화를 주시길.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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