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동맹 여편네

에게게 겨우 이거야?

황금횃대 2004. 4. 12. 18:28
어제 꼬실러가는 벼를 추수하다
몇차례 내린 무서리와 스산한 가을바람에
서걱서걱 대가리를 말려가던 벼
콤바인이 지나가면 속대궁은 아직 포르르한
벼들이 무겁던 알곡을 떼어놓고 논바닥에
좌르르르르 떨어진다.

비가 징글맞게도 오더니
결국 나락 수확량도 감소하였다
일곱마지기 논 털면 착실히
콤바인 푸대로 여든개정도 나왔는데
올해는 겨우 쉰개를 넘겼을 뿐이다.

그래도 이만한게 어디냐고
고서방은 입맛을 쩌억쩍 다시면서 아쉬워하고
밥 많이 먹는 힘쎈 장사 시동생은
내년엔 양석 모지라겠어요
지레걱정이다.

짧은 가을볕 아래
나락은 노란빛깔을 띠며
사그락소릴내며 마르고 있다

저녁 나절 자루에 떨어부으면
내일 한번 더 덜 마른걸 빛 씌워서
80킬로 푸대에 꽁꽁 묶어
아랫채 마루에 날라래미 놓아두면 된다

이렇게 거두거도
양석걱정을 하는데
일전 서울갔을 때 내 뒤에 좌석에 앉은 황간아줌마 왈
강남터미널 바로 빠져나와 아파트 촌을 지나면서

"이렇게 논 한자락 없는데 무얼 먹고 사는지 몰라요"

아줌마의 걱정이 나는 너무 현실감있어서
고개를 끄덕였었는데.

정말, 서울 사람들 뭘 먹고사나
이렇게 심어도 모질라서 걱정인데
참말로
걱정이다...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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