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고부일기
황금횃대
2004. 4. 12. 18:30
내가 겉으로 보기는 허허허 웃으며 이야길하고 심각한 이야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건성으로 넘기니 울 서방은 내가 고부갈등없이 오손도손 디게 잘 사는 줄 안다.
그러나 아니다.
나는 쓸개가 넘들보다 더 큰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꼬인 심사가 여간 아니다. 가는새끼줄 꼬이듯 고렇게 잣다랗게 꼬였다.
아이고 사는기 맹 그렇지 안그런집 어디 있을라고. 고만 니가 참어
세치도 안되는 혀로는 이렇게 성인군자인척 얼버무리고 다독거리자만, 그게 나에게 직접 와 닿을 때는 씩씩거리다 못해 입을 꼭 다물어 버리는 것이다. 소통이 아예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시집 와서 바로 시부모님 밑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 이제 십오년째 된다.
울 시어무이 시집살이 이야기는 접 때 내가 날밤을 까면서 이야기 한 적도 있지만, 갈 수록 내가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뭐 요즘 뭔 일이 있는가 하면 아, 이일 때문에 그러지요 하면서 턱하니 내 놓은 뻑적지근한 갈등은 없는데, 아, 그럼 별 문제 없네요 잘 사니는구만. 하고 한 소리 들을라치면 얼래? 그건 아닌데 하는 심사가 배배꼬인 말꼬리가 꾸엑 올라오는 것이다.
허기사 새댁시절에는 잘 모르니 어머님이 무슨 지시를 내리셔도 나 죽었소 하고 수그리고 들어갔는데, 이제 아새끼 둘 낳았겠다, 스방눈치도 굴비 엮듯이 빠안하게 엮어 놨겠다 세상에 무서운기 없다는 똥배짱도 내가 그렇게 꼬인 심사로 살게 하는데 한 몫하는 조건일 것이다.
옛날 직장 다닐 때 할아버지 사장님이 평상시 귀에 못이 박히도록 허신 말씀이, 어른이 시키면 생각에는 안 되는 일인줄 뻔히 알지만 안 된다고 말을 바로 턱주가리 밑에서 내 뱉지 말고 하는 시늉이라도 내보고 안된다고 말씀을 드리면 그게 좋은거다 라고 누누이 말씀을 하셨지만, 살아보니 이젠 겁대가리를 상실했는지 사람이 갈수록 사람같잖게 변하는지 도무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게 여자들은 나이가 먹을 수록 호랭이가 되고 남자들은 고양이가 된다던가. 여튼 집구석에서 평상시 고함지르는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
울 어머님이 보시면 얼마나 가소로우시겠는가. 지깟게 시집살이를 얼마나 했다고 목소리가 담벼락을 횡횡 넘어가는가하고. 그러나 우리 어머님은 속으로 꽁하게 넣어 놓으시지 절대로 날 대놓고 질책하지 않으신다.
가끔은 그게 또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걸 풀 때 풀어야하는데 넣어 놓으셨다가 내가 무방비상태일때 터억 풀어 놓으시고 사사건건 나와 엇박자로 나가실때가 있다.
누가 물었다나?
시어머니하고 친청어무이 하고 누가 더 좋은가
그걸 물어보는 사람이 그르지. 아무리 시어머님이 나한테 잘해조도 그것이 친정어무이 같겠는가. 나 역시 시어머님한테 편하고 살갑게 한다하나 친정어무이처럼 편하고 살가울까.
일요일 집안 잔치로 인천을 다녀왔는데, 갔다왔다고 인사를 해도 어머님 돌아 누우셔서 대꾸도 안하신다. 내가 왔다갔다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해도 눈을 부러 꼭 감으시고 미동도 안으신다.
이런...또 무엇을 잘못했나. 평상시 사는대로 사는데 크게 거슬릴 일이 무언가..돌머리 굴려보기에 바쁘다.
그러더니 그 다음날 왜관에 있는 한의원에 가신다는 것이다.
내가 며칠전 허리가 아파서 한의원갔다가 침맞고 위궤양으로 인해 류마치스관절약을 양약을 못먹겠다고 하자 한의사가 한약을 권하기에 한재 달여왔더니만, 어머님 약 보실때는
"아프면 먹어야지!"하셔서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속 심사가 몹시 싸나우셨나보다. 지년 아프면 시에미 아픈것도 마음에 두어야지 딸랑 제 허우대 아프다고 제 약만 지어오나? 뭐 이런 심사이셨으리라.
점심으로 보리밥 푹 퍼지게 해 드렸더니 그거 드시고 어머님 아버님 차 타고 왜관약목까지 가셔서 침 맞으시고 아버님 보약과 어머님 약을 지어오셨다. 헐..
한 약 한재.
전자렌지에 넣어 죽은놈 이마빡 같이 미지근히 데워 주둥이에서 불날 정도로 급하게 마신다 울컥 메여오는 목구녕.
상순
그러나 아니다.
나는 쓸개가 넘들보다 더 큰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꼬인 심사가 여간 아니다. 가는새끼줄 꼬이듯 고렇게 잣다랗게 꼬였다.
아이고 사는기 맹 그렇지 안그런집 어디 있을라고. 고만 니가 참어
세치도 안되는 혀로는 이렇게 성인군자인척 얼버무리고 다독거리자만, 그게 나에게 직접 와 닿을 때는 씩씩거리다 못해 입을 꼭 다물어 버리는 것이다. 소통이 아예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시집 와서 바로 시부모님 밑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 이제 십오년째 된다.
울 시어무이 시집살이 이야기는 접 때 내가 날밤을 까면서 이야기 한 적도 있지만, 갈 수록 내가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뭐 요즘 뭔 일이 있는가 하면 아, 이일 때문에 그러지요 하면서 턱하니 내 놓은 뻑적지근한 갈등은 없는데, 아, 그럼 별 문제 없네요 잘 사니는구만. 하고 한 소리 들을라치면 얼래? 그건 아닌데 하는 심사가 배배꼬인 말꼬리가 꾸엑 올라오는 것이다.
허기사 새댁시절에는 잘 모르니 어머님이 무슨 지시를 내리셔도 나 죽었소 하고 수그리고 들어갔는데, 이제 아새끼 둘 낳았겠다, 스방눈치도 굴비 엮듯이 빠안하게 엮어 놨겠다 세상에 무서운기 없다는 똥배짱도 내가 그렇게 꼬인 심사로 살게 하는데 한 몫하는 조건일 것이다.
옛날 직장 다닐 때 할아버지 사장님이 평상시 귀에 못이 박히도록 허신 말씀이, 어른이 시키면 생각에는 안 되는 일인줄 뻔히 알지만 안 된다고 말을 바로 턱주가리 밑에서 내 뱉지 말고 하는 시늉이라도 내보고 안된다고 말씀을 드리면 그게 좋은거다 라고 누누이 말씀을 하셨지만, 살아보니 이젠 겁대가리를 상실했는지 사람이 갈수록 사람같잖게 변하는지 도무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게 여자들은 나이가 먹을 수록 호랭이가 되고 남자들은 고양이가 된다던가. 여튼 집구석에서 평상시 고함지르는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
울 어머님이 보시면 얼마나 가소로우시겠는가. 지깟게 시집살이를 얼마나 했다고 목소리가 담벼락을 횡횡 넘어가는가하고. 그러나 우리 어머님은 속으로 꽁하게 넣어 놓으시지 절대로 날 대놓고 질책하지 않으신다.
가끔은 그게 또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걸 풀 때 풀어야하는데 넣어 놓으셨다가 내가 무방비상태일때 터억 풀어 놓으시고 사사건건 나와 엇박자로 나가실때가 있다.
누가 물었다나?
시어머니하고 친청어무이 하고 누가 더 좋은가
그걸 물어보는 사람이 그르지. 아무리 시어머님이 나한테 잘해조도 그것이 친정어무이 같겠는가. 나 역시 시어머님한테 편하고 살갑게 한다하나 친정어무이처럼 편하고 살가울까.
일요일 집안 잔치로 인천을 다녀왔는데, 갔다왔다고 인사를 해도 어머님 돌아 누우셔서 대꾸도 안하신다. 내가 왔다갔다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해도 눈을 부러 꼭 감으시고 미동도 안으신다.
이런...또 무엇을 잘못했나. 평상시 사는대로 사는데 크게 거슬릴 일이 무언가..돌머리 굴려보기에 바쁘다.
그러더니 그 다음날 왜관에 있는 한의원에 가신다는 것이다.
내가 며칠전 허리가 아파서 한의원갔다가 침맞고 위궤양으로 인해 류마치스관절약을 양약을 못먹겠다고 하자 한의사가 한약을 권하기에 한재 달여왔더니만, 어머님 약 보실때는
"아프면 먹어야지!"하셔서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속 심사가 몹시 싸나우셨나보다. 지년 아프면 시에미 아픈것도 마음에 두어야지 딸랑 제 허우대 아프다고 제 약만 지어오나? 뭐 이런 심사이셨으리라.
점심으로 보리밥 푹 퍼지게 해 드렸더니 그거 드시고 어머님 아버님 차 타고 왜관약목까지 가셔서 침 맞으시고 아버님 보약과 어머님 약을 지어오셨다. 헐..
한 약 한재.
전자렌지에 넣어 죽은놈 이마빡 같이 미지근히 데워 주둥이에서 불날 정도로 급하게 마신다 울컥 메여오는 목구녕.
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