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4. 4. 12. 18:58
우리집 옥상에 올라가서 옥상 가장 자리를 따라 한바퀴 뺑 돌아보면
대문 앞에 감나무로 시작해서 돌감나무, 느릅나무 석류나무 아카시아에 싸리나무 가죽나무 골담초,대추나무에 살구나무 사철나무 고염나무 배나무에 앵두나무까지 지지리 너저분하게 한 팔간격으로 늘어서 있는데
감나무는 어찌 오래되었는지 옥상보다 더 키가 커요

오늘 이불빨래해서 옥상에 오래칸만에 널러 갔더니
하이고나 저거시 머여? 으름아녀?

으름을 아세요?
꼭 다래처럼 생겼는데 다래는 동글동글 키위처럼 그렇지만, 으름은 못난 거시기 X처럼 좀 길다란게 옆으로 나란히 두개가 달렸어요
배나무를 칭칭 감아 올라가싸서 맨날 낫으로 덩쿨을 잘라냈는데
봄날 으름꽃 연자색 그림자가 수돗간에 뚝,뚝, 비치글래
어쩌면 올해는 으름열매를 볼 수 있으까이 했더만
이 물고문 같은 빗방울을 이기고 으름이 딱 한 쌍 달렷구만요

이뻐서 만지작만지작,
저게 익으면 꼭..머 벌어지드키 뜨억 벌어져요
한번도 안 먹어 봤는데 올해는 꼭 익혀서 먹어볼거라요


아...
으름,
망개,
다래,
싱아,
밀껌,
하얀 풀뿌리,
도라지꽃,
삘기,
삽주싹
보릿대 여치집,
송기떡,
........



잃어버린 아득한 맛들을 누구 아는 사람 없쇼?





으름열매 푸른 그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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