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방구 질나자 보리양식 떨어진다더니

황금횃대 2004. 4. 13. 16:58
지금도 쌀밥 보다는 보리밥 더 좋아하재요
보리밥 상추잎 우두둑 뜯어 넣고 된장 질퍽허게 퍼봐서
고추장 넣고 비벼묵으면 참 맛나재요
그렇게 보리밥 한 세수대야만큼 먹고 나서
반달 쿠션 비고 삐스듬히 누워 텔레비전 보면
보리가 소화되면서 방구가 뿡뿡나와요
한번 나올때는 그냥 푸쉬식 끼고 말지만
두번째 방구가 저 내장 끄뜨머리에서 비누방울처럼 맹글어져서
스르륵 미끄러져 나오는걸 감지할 때는 괜히 얼굴이 시뻘개져서
똥꼬에 힘을 주지요
그래도 뭐 보리밥이 근기는 없어도 방구 맹글어내는 지구력은
대단하재요
참다가 문득 비어져 나오면 자슥놈들이 또 나오냐?는 눈길을
보내며 뜨아하게 인상을 파악 구기는데
그 놈들 인상보면 우스워서 실은 연달아 나오는 내방구에 나도 우습고
그래서 웃느라고 힘을 좀 주면 또 언제 만들어졌는지
비누방울같은 보리방구가 삑'하고 또 연달아 나와요 참말로 대책이 안서요
그렇게 보리밥 먹어 속도며 소리크기며 냄새 조절이 원만하게 이루어질즈음 보리양석이 떨어져 그 때부터 또 굶고 살았다는 옛날 이야기 잘 알지요

요새 우리는 그 장마통에도 몇 나무 시남시남 심겨져 있는 자두나무에서
자두를 따서 팔았는데, 그렇게 쏟아져도 자두는 나잇살 먹으니 익어갑디다. 햇님이 나와야 맛있는데, 비만 줄창 쏟아내니 자두맛이 무덤덤하니 맛대가리가 하나도 없어요. 주인인 우리도 한 입 비 묵어보고는
"엣씨, 맛대가리 디기 없네"하면서 풀숲으로 휙 집어 덴지고 마는데
그래도 나무에 벌겋게 달린거 그냥 버릴 수는 없고, 땀을 철철 흘리가며 자두 다라이를 이고지고 날라가며 자두 상자를 채워갔어라.

오후 세시까지 공판장에 가야 공판을 받아 주니까 점심도 시간맞차 챙기 묵지도 못하고 걍 따는겨. 그 와중에도 까치란놈과 딱다구리 삐익삐익 울어대끼는 홍새라등가 뭐란 새새끼들이 높은 나무에 달린 자두를 전부 쪼사놔서 나무위에 바득바득 기어 올라가 뒷다리 바들바들 떨리게 따고 보면 새새끼들이 부리로 이미 입맛을 다셔놓은거라 상품성도 없고
그냥 김이 파악 새서 나무에 궁뎅이 걸치고 반은 새가 먹고 반 남은 것은 내가 마저 훑어 먹어요
옛날 조상들은 삼경이라하여 콩을 심으면 한 쪽은 자신을 위해, 한 쪽은 짐승을 위해, 한 쪽은 자슥 교육을 위해 농사를 지었다지만, 새가 자두를 다 쪼사놓으면 머리꼭지에 열이 화악나는기 입에서 욕이 지절로 나오지요
씨팔노무 새끼들 존 것만 다 건디리 놨네. 대번 총 갖고 와서 쏴 직이든지 해야지

열댓짝씩 상자를 맞춰서 공판하면 한 상자에 특품은 이만원돈을 받습니다
이제 슬슬 흐무샤라는 품종의 자두는 다 떨어질 때가 되었나봐요
자두금이 자꾸 올라갑니다
올라가면 뭐합니까 우리집 자두는 이제 종쳤는데 뗑그랑..

방구 질나자 보리양석 떨어진다는 말 참말로 맞는 말이요
그나저나 육실허게 더워서 땀이 툭툭 떨어지는 자두밭 고생은 끝났어요


넘들 휴가 갈 때 나도 슬슬 휴가 갈 준비나 험씨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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