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여덟쌀 서방놈과 아홉살 여편네

황금횃대 2004. 4. 13. 17:13

태어난 나이로 친다면 오팔년 개띠생이니까 올해 스방은 마흔여섯이다.
그와 나는 다섯살 터울이 지니까 내 나이는 이제 마흔을 갓넘긴 마흔 하나.
토끼와 개띠는 만내기만 하면 별 무리 없이 잘 산다는 기똥찬 사주궁합이 나오지 않았슴에도 불구하고, 우린 궁합무시 하면서 잘 살고 있다.
그 잘 산다는 기준이 삐까뻔적 으리와리의 기준으로 친다면 뭐 별볼일 없는 계급에 속하겠지만, 그냥 애새끼 키우며 시부모님과 별 다툼없이 한 지붕에서 삼대가 살면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올 여름은 장마지나면 무척 덥겠다는 지나개나 다 하는 일기예보를 올해만 들은 것도 아닌데, 우찌된 셈인지 올해는 아직 별로 덥지도 않는데 고스방이 에어컨을 사겠다고 한다.
서울 사는 둘째시누형님이 자기가 쓰던 에어컨을 딸과 살림을 합치는 바람에 두 대가 되었다고 우리집으로 보내왔다.
마루 한 귀퉁이 세우는 것이 아니고, 그냥 창문 어디쯤 벽에 부착하는 그런 가로로 길다란 에어컨인데, 좀 쓰던거라 색도 누렇게 변하고 우리집 마루에 달기에는 조금 용량도 부족한 것이였다.

그래서 요즘 에어컨 사면 두 대도 주고, 아니면 판촉행사 일원으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도 준다기에 13년 사용한 청소기도 공짜로 갈 겸 에어컨을 새로 사잔다.
얼래? 이 짠돌이 아자씨가 왠일이랴?
나는 뭐 돈 쓰자면 얼씨구나 좋다하고 발품 팔고 다니는 아홉살 여편네.
이마트로 옥션으로 하이마트로 가격을 알아보니 커 봤자 네다섯평 거실에 열두평 용량이면 째지지 싶어서 그걸로 가격을 알아보니 120만원대.
청소기도 좋은 것을 준다니 한 이십만원 상쇄되는걸 감안하면 100만원이면 되겠다 싶어서 부랴사랴 사게되었다.

어제, 장마 중에도 햇볕이 짱짱 난 날을 골라 에어컨을 설치하였다
슬라이딩 덮개가 스르륵 올라가는 것만 봐도 지절로 시원한 풍경이다.
돈이 좋긴 좋구나
우리집은 동네에서도 집이 덩그라니 놓여 있어서 여름에도 별로 덥지 않고 선풍기 바람으로도 얼마든지 버티지만, 요는 차 안에서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만 쐬다가 집에 들어오는 남편이 젤 문제.
시원한데 있다가 방에 들어오면 확 끼치는 더운 기운을 젤로 참지 못했다.
결국.....알고보믄 저 좋자고 하는거쥐...

어젯밤부터 비가 내려 밤새도록 비가 내렸는데 아침에 스방은 먼저 일어나 씻고 에어컨부터 튼다.

"아니, 밖에 비가 와서 춥구만 창문 다 닫고 뭔 일이래요?"

고스방 왈,

"에어컨 없을 때야 그렇게 살았지만, 이제 상순이 고드름똥을 누게 만들어 줄테야"

헉,
이제야말로 내 시절도 호강에 바쳐 요강에 오줌누는 시절이 오나보다.

나는 분명 아홉살 여편네지만, 저렇게 에어컨 들어왔다고 좋아하고 시도때도 없이 틀어재끼는 스방은 몇살짜리?


꼭, 여덟살이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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