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나? 칼같이 퇴근햐
황금횃대
2004. 4. 19. 22:46
서울특별시 소공동 상업은행 옆에 우리 포도밭 땅뙈기가 있으면
그거 안 팔아 묵어도 얼마나 떵떵 모가지에 힘주고 살겠는가.
그러나 우리집 포도밭은 동네에서도 한참 떨어진 부개동 고속도로 너미
그것도 길가 초입에 있는것이 아니고 골째기로 한참을 기어들어 가야한다
고속도로 밑으로 통과하는 굴다리는 언제나 질척질척 물이 빠지지 않아
장화를 신고 지내댕기는데, 참말로 사람이 발 딛이는 구석은 어데도 그 모양새가 다르지를 않아, 둠벙도 아니지만 물이 고인 그 곳을 건너 가려고 자그마한 돌멩이로 징검다리를 놓아 두었으니. 그것이 도랑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작은 징검다리가 생겨 지나 다니면서 피식 웃음을 머금게한다. 여튼 사람이란, 한 번 배운것은 반다시 써 묵어야 직성이 풀린당께로.
굴 안에서 바깥을 보면 그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일하러 가는 길이 매번 고되고 노동의 강도가 갈 수록 힘에 부쳐 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지만, 이 굴다리가 마치 레테의 강과 같아서 그 곳을 통과하면서 바라보는 굴 밖 풍경이 너무 이뻐서 천근만근은 금새 잊어버리고 눈 찰의 풍경에 도취되고 마는 것이다.
봄이 시작되면 뼘가웃씩 깊어가는 초록의 물결이 눈 앞에 덜컥 걸리고, 여름날에는 따금씩 굴 속에서 소나기를 피하기도 하는데, 굴 안쪽에 쭈그리고 앉아 소나기 내리는 굴 밖 풍경은 보지 않는 사람은 그 애틋한 심정의 빗줄기를 가늠할 길이 없다. 가을이면 빛살 속에서 메뚜기가 우후죽순처럼 활대 모양을 그어대며 뛰어 오르고 오나락, 늦나락, 아끼바리, 계량종 각종의 벼들이 익어가는 순서는 제각금 달라서 황금빛이 간발의 색차이로 모자이크 처리된 것을 볼라치면 감탄이 저절로 새어 나와 굴 안에서 밖으로 부지런히 놀리던 발걸음을 문득 멈추게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굴을 지나 한참을 헉헉 대며 올라가면 우리 포도밭이 나오는데, 옴팡 꺼진 곳에 있다보니 멀리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포도밭 입구에 스쿠터를 세워놓고 모자를 쓰고 수건을 쓰고 마스크를 하네 장갑을 끼네 햇볕을 피할 중무장을 하고 포도일을 한다
올해는 절기가 어째 빠른가 아직 포도순이 많이 자라지 않았다.
봄비가 사흘을 마를 여가없이 질금질금 내린 탓도 있지만, 기온조차도 이른 새벽과 밤에는 쌀쌀하여 포도순이 쑥쑥 커 나가지 못하는 탓도 있으리라.
산에는 이제 마악 아카시아가 주저지주저리 꽃송아리를 달아서 부는 바람에 몸 한번 뒤채일때마다 몰핀 향기를 쏟아내는데, 벌들이 살판이 났구만. 싸리나무 밑에 몰래 짱박아 놓은 한봉 벌통은 벌들의 잉잉대는 소리로 난리법구통이 났다.
"꿀 따러가세, 꿀 따러 가세 우리도 한번 꾸울 따러가세~"
벌들의 날개짓 소리를 디지털화하여 해석해 보면 아마 저런 노래를 춤으로 나타낸다고 날개에 땀이 나지 싶다.
작년까지만해도 작은집 동서랑 같이 포도일을 하였는데, 동서가 고만 고등학교 급식소에 취직을 하는 바람에 올해부터는 나 혼자 하게 생겼다.
생각같아서는 나도 택배사무실이나 노가다 사무실 같은데 취직을 해뿔까하고 속궁리를 아니한 것도 아니지만, 집안의 대소사며 제사며 농사며...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지라.
동서는 취직함으로 같이 하던 일에 일체 손을 떼게 되었으니 그보다 더 편하고 뺀질뺀질한 일은 없겠지만, 이제 나 혼자 그 일을 하자니 자연 달구새끼 똥구멍처럼 주둥이가 튀어나옴은 어쩔 수 없다.
허기 존 말로 맏며느리감이네 어째네 해도 나는 세째며누리임을 변경할 수가 없고,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이라고, 그것도 자꾸 들으니 딱 듣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우짜겠는가? 내가 돈 벌러 나가면 스방놈은 고만 그 자리에 누질러 앉아 꼼짝도 않겠다고 날 윽박지르니, 기실 딴 이유야 있겠는가
시부모님 연세 많으시니 집 지키고 있으라는 이야기겠지 궁시렁꿍시렁..
그렇게 하루에 열천번도 더 속은 원더풀 하이타이 거품을 물어 대도 또 포도 육손을 따면서 일에 몰입하면 그것만큼 정신건강에 좋은 것도 없다
씨잘대기 없는 환상으로 기와집을 지었다 허물었다 하지 않아도 좋고, 끊어질 듯한 허리 굽혀서 토닥토닥 두드리고 앉아서 먼 하늘을 쳐다보면 세상의 잡된 생각은 말끔이 잊고 마는 것이다.
포도나무 골 저쪽에서 바람이 시작되면 차례대로 포도잎사귀들이 아기손같이 한들한들 흔들리는데,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천만에 말씀
포도잎을 건드리며 물결처럼 올라오는 바람이 왜 보이지 않는것이라 말하는가. 골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 바람의 모습이 눈에도 선하고 모양까지 확연한 것을.
일하다가 방구 나오면 인상 찡그리며 참을 이유도 없다
그냥 펑펑 뀌면 된다.
그것도 다 잎사귀에 거름된다 푸히.
누가 알겠는가? 방귀뀌는 자유가 생에 자유를 선사한다는 것을.
혼자 용을 쓰며 일하다가 6시 되면 칼같이 퇴근한다
나는야, 포도밭 공무원!
전상순
그거 안 팔아 묵어도 얼마나 떵떵 모가지에 힘주고 살겠는가.
그러나 우리집 포도밭은 동네에서도 한참 떨어진 부개동 고속도로 너미
그것도 길가 초입에 있는것이 아니고 골째기로 한참을 기어들어 가야한다
고속도로 밑으로 통과하는 굴다리는 언제나 질척질척 물이 빠지지 않아
장화를 신고 지내댕기는데, 참말로 사람이 발 딛이는 구석은 어데도 그 모양새가 다르지를 않아, 둠벙도 아니지만 물이 고인 그 곳을 건너 가려고 자그마한 돌멩이로 징검다리를 놓아 두었으니. 그것이 도랑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작은 징검다리가 생겨 지나 다니면서 피식 웃음을 머금게한다. 여튼 사람이란, 한 번 배운것은 반다시 써 묵어야 직성이 풀린당께로.
굴 안에서 바깥을 보면 그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일하러 가는 길이 매번 고되고 노동의 강도가 갈 수록 힘에 부쳐 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지만, 이 굴다리가 마치 레테의 강과 같아서 그 곳을 통과하면서 바라보는 굴 밖 풍경이 너무 이뻐서 천근만근은 금새 잊어버리고 눈 찰의 풍경에 도취되고 마는 것이다.
봄이 시작되면 뼘가웃씩 깊어가는 초록의 물결이 눈 앞에 덜컥 걸리고, 여름날에는 따금씩 굴 속에서 소나기를 피하기도 하는데, 굴 안쪽에 쭈그리고 앉아 소나기 내리는 굴 밖 풍경은 보지 않는 사람은 그 애틋한 심정의 빗줄기를 가늠할 길이 없다. 가을이면 빛살 속에서 메뚜기가 우후죽순처럼 활대 모양을 그어대며 뛰어 오르고 오나락, 늦나락, 아끼바리, 계량종 각종의 벼들이 익어가는 순서는 제각금 달라서 황금빛이 간발의 색차이로 모자이크 처리된 것을 볼라치면 감탄이 저절로 새어 나와 굴 안에서 밖으로 부지런히 놀리던 발걸음을 문득 멈추게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굴을 지나 한참을 헉헉 대며 올라가면 우리 포도밭이 나오는데, 옴팡 꺼진 곳에 있다보니 멀리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포도밭 입구에 스쿠터를 세워놓고 모자를 쓰고 수건을 쓰고 마스크를 하네 장갑을 끼네 햇볕을 피할 중무장을 하고 포도일을 한다
올해는 절기가 어째 빠른가 아직 포도순이 많이 자라지 않았다.
봄비가 사흘을 마를 여가없이 질금질금 내린 탓도 있지만, 기온조차도 이른 새벽과 밤에는 쌀쌀하여 포도순이 쑥쑥 커 나가지 못하는 탓도 있으리라.
산에는 이제 마악 아카시아가 주저지주저리 꽃송아리를 달아서 부는 바람에 몸 한번 뒤채일때마다 몰핀 향기를 쏟아내는데, 벌들이 살판이 났구만. 싸리나무 밑에 몰래 짱박아 놓은 한봉 벌통은 벌들의 잉잉대는 소리로 난리법구통이 났다.
"꿀 따러가세, 꿀 따러 가세 우리도 한번 꾸울 따러가세~"
벌들의 날개짓 소리를 디지털화하여 해석해 보면 아마 저런 노래를 춤으로 나타낸다고 날개에 땀이 나지 싶다.
작년까지만해도 작은집 동서랑 같이 포도일을 하였는데, 동서가 고만 고등학교 급식소에 취직을 하는 바람에 올해부터는 나 혼자 하게 생겼다.
생각같아서는 나도 택배사무실이나 노가다 사무실 같은데 취직을 해뿔까하고 속궁리를 아니한 것도 아니지만, 집안의 대소사며 제사며 농사며...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지라.
동서는 취직함으로 같이 하던 일에 일체 손을 떼게 되었으니 그보다 더 편하고 뺀질뺀질한 일은 없겠지만, 이제 나 혼자 그 일을 하자니 자연 달구새끼 똥구멍처럼 주둥이가 튀어나옴은 어쩔 수 없다.
허기 존 말로 맏며느리감이네 어째네 해도 나는 세째며누리임을 변경할 수가 없고,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이라고, 그것도 자꾸 들으니 딱 듣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우짜겠는가? 내가 돈 벌러 나가면 스방놈은 고만 그 자리에 누질러 앉아 꼼짝도 않겠다고 날 윽박지르니, 기실 딴 이유야 있겠는가
시부모님 연세 많으시니 집 지키고 있으라는 이야기겠지 궁시렁꿍시렁..
그렇게 하루에 열천번도 더 속은 원더풀 하이타이 거품을 물어 대도 또 포도 육손을 따면서 일에 몰입하면 그것만큼 정신건강에 좋은 것도 없다
씨잘대기 없는 환상으로 기와집을 지었다 허물었다 하지 않아도 좋고, 끊어질 듯한 허리 굽혀서 토닥토닥 두드리고 앉아서 먼 하늘을 쳐다보면 세상의 잡된 생각은 말끔이 잊고 마는 것이다.
포도나무 골 저쪽에서 바람이 시작되면 차례대로 포도잎사귀들이 아기손같이 한들한들 흔들리는데,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천만에 말씀
포도잎을 건드리며 물결처럼 올라오는 바람이 왜 보이지 않는것이라 말하는가. 골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 바람의 모습이 눈에도 선하고 모양까지 확연한 것을.
일하다가 방구 나오면 인상 찡그리며 참을 이유도 없다
그냥 펑펑 뀌면 된다.
그것도 다 잎사귀에 거름된다 푸히.
누가 알겠는가? 방귀뀌는 자유가 생에 자유를 선사한다는 것을.
혼자 용을 쓰며 일하다가 6시 되면 칼같이 퇴근한다
나는야, 포도밭 공무원!
전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