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짚 한 단
황금횃대
2004. 4. 19. 22:51
촌구석에 살다 봉께로 맨날 지푸래기니 머리끄댕이니, 큰개불알꽃이니 뭐 이런 이야기만 주끼쌍께로 듣기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머 우짜겠는가 사는 곳이 통시깐 옆에 시래기 매달아 그거 삶아 겨울 내도록 시래기 국 퍼 묵고 사는 태생이라 우짤 수가
없지를.
울 아덜놈이 올해 열세살인데, 그 놈 첫돌 때 시아즈버님 초상이 나갔다.
장손이 덜컥 목숨줄을 허술히 놓아 버림에 어린놈 돌이야 아무 경황이 없었고, 돌 사진 하나 찍어주지 못한 어설픈 에미의 그 당시 오지랖이야 훗날 이야기해서 무엇하랴.
그 시아주버님의 제사가 초패일 전 날이다.
사월 초패일 돌아 가셨으니 산 날로 제사를 지내자니 초 이랫날 식구들 모두 미니 버스에 다 때려 싣고 북으로 북으로 엑세레다를 밟아 대는 것이다.
어제 부평가서 밤에 제사를 지내고 다른 식구들은 모두 그 밤에 다시 집으로 내려가고 나는 친구가 병원에 입원을 하여 거기도 들를겸 하룻밤 형님댁에서 묵고 아침나절에 그녀를 찾아간다
인쳔에서 수원가는 길은 화사하니 햇살이 와장창 퍼부어 주는데 직행버스 안에 앉아 꾸벅꾸벅 조으는 품새가 영락없는 촌여편네다.
봄볕이 얼마 들쑤시지 않았는데도 얼굴은 시커멓게 타서 마른버즘이 퍼석퍼석 일어나 낯판대기에 황사현상이 일어나고, 나잇살 마흔 넘으면 도무지 우아한 구석이라고는 눙깔 씻고 봐도 없는지라, 순식간에 흐르는 침을 츠르릅 빨아 땡기는 순발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졸며졸며 찾아간 친구는 수술날자를 받아 놓고는 잠시 기거하는 숙소에 와서 짐정리를 하는 중이였다
수녀님 네 분이서 아파트에 사시며 출퇴근을 하신단다.
내 친구는 초등학교 선생님이기도 하다.
얼마나 아프면 수술을 해야될까 마음은 짠허고 바늘로 쑤시는 듯 콕콕 아픈데도 눈물 씩이나 비치면 날 받은 사람 맴이 얼마나 심난헐까 싶어서
"가스나야, 니는 내가 맨날 건강하라고 한 말을 이렇게 묵사발 맹글었으니 패 쥐기뿔까"하고 한 마디 했더니 옆에 계신 수녀님 두 분의 눈이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친구는 아퍼서 걸음도 겨우 걸으니 같이 사시는 수녀님이 수발에 점심에 차에 과일에 한 상 차려서 날 대접한다.
하도 고마와서 집에 오자 마자 색연필 꺼내서 수녀님에게 이미 얼마쯤 걸어간 오월 달력을 하나 만들고 뒷장에다 이렇게 개발괴발 써재낀다.
수녀님,
옛날, 옛날에, 지지리도 못된 짓만 저질고 댕기던 놈팽이가 있었는뎁쇼
어느 날 덜컥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잡혀 갔대요
꼬라질 보니 어디 한 구석 착한 일이라꼬는 한 적이 없을 것 같은 놈의 상판때기를 보더니 염라대왕 왈,
"니가 전생에 착한 일 한 가지만이라도 했다면 내가 그걸로 천당문을 딸 수 있는 열쇠가 되게 하리라."
그렇게 목소리에 줄을 세워 이야기 하고는 지지리 못된 놈의 전생 치부책을 들쳐보았데요
"0000년00월00일 00시 아모게에게 <짚 한 단> 적선"
허걱.
럴수럴수 이럴 수!!!!!!!!!!!!!!!!
그러나 염라대왕의 말 한마디는 중 만금.
이 지지리 못된 놈은 짚 한 단으로 천당문을 "딸깍" 소리나게 따고 들어가면서 염라대왕한테는 이렇게 말했데나요?
"메렁메렁......"
오늘 저에게 차려주신 따뜻한 밥상과 차 한 잔, 그리고 반기는 웃음이 너무 좋았고 고맙습니다. 저는 딸랑 편지 한 장 부치면서 내 전생 치부책에 이렇게 써갈기 놓습니다.
"최마리 예로니모수녀님, 내 편지 받고 입 찌져지시다-좋아서!"
안녕.
가장 작은 자에게 베푼 일, 지지리 못된 놈의 짚 한 단 적선.
그리고 부모에게 혹은 이웃에게 한 작은 정성
열쇠 받으십쇼 히히..
전상순
울 아덜놈이 올해 열세살인데, 그 놈 첫돌 때 시아즈버님 초상이 나갔다.
장손이 덜컥 목숨줄을 허술히 놓아 버림에 어린놈 돌이야 아무 경황이 없었고, 돌 사진 하나 찍어주지 못한 어설픈 에미의 그 당시 오지랖이야 훗날 이야기해서 무엇하랴.
그 시아주버님의 제사가 초패일 전 날이다.
사월 초패일 돌아 가셨으니 산 날로 제사를 지내자니 초 이랫날 식구들 모두 미니 버스에 다 때려 싣고 북으로 북으로 엑세레다를 밟아 대는 것이다.
어제 부평가서 밤에 제사를 지내고 다른 식구들은 모두 그 밤에 다시 집으로 내려가고 나는 친구가 병원에 입원을 하여 거기도 들를겸 하룻밤 형님댁에서 묵고 아침나절에 그녀를 찾아간다
인쳔에서 수원가는 길은 화사하니 햇살이 와장창 퍼부어 주는데 직행버스 안에 앉아 꾸벅꾸벅 조으는 품새가 영락없는 촌여편네다.
봄볕이 얼마 들쑤시지 않았는데도 얼굴은 시커멓게 타서 마른버즘이 퍼석퍼석 일어나 낯판대기에 황사현상이 일어나고, 나잇살 마흔 넘으면 도무지 우아한 구석이라고는 눙깔 씻고 봐도 없는지라, 순식간에 흐르는 침을 츠르릅 빨아 땡기는 순발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졸며졸며 찾아간 친구는 수술날자를 받아 놓고는 잠시 기거하는 숙소에 와서 짐정리를 하는 중이였다
수녀님 네 분이서 아파트에 사시며 출퇴근을 하신단다.
내 친구는 초등학교 선생님이기도 하다.
얼마나 아프면 수술을 해야될까 마음은 짠허고 바늘로 쑤시는 듯 콕콕 아픈데도 눈물 씩이나 비치면 날 받은 사람 맴이 얼마나 심난헐까 싶어서
"가스나야, 니는 내가 맨날 건강하라고 한 말을 이렇게 묵사발 맹글었으니 패 쥐기뿔까"하고 한 마디 했더니 옆에 계신 수녀님 두 분의 눈이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친구는 아퍼서 걸음도 겨우 걸으니 같이 사시는 수녀님이 수발에 점심에 차에 과일에 한 상 차려서 날 대접한다.
하도 고마와서 집에 오자 마자 색연필 꺼내서 수녀님에게 이미 얼마쯤 걸어간 오월 달력을 하나 만들고 뒷장에다 이렇게 개발괴발 써재낀다.
수녀님,
옛날, 옛날에, 지지리도 못된 짓만 저질고 댕기던 놈팽이가 있었는뎁쇼
어느 날 덜컥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잡혀 갔대요
꼬라질 보니 어디 한 구석 착한 일이라꼬는 한 적이 없을 것 같은 놈의 상판때기를 보더니 염라대왕 왈,
"니가 전생에 착한 일 한 가지만이라도 했다면 내가 그걸로 천당문을 딸 수 있는 열쇠가 되게 하리라."
그렇게 목소리에 줄을 세워 이야기 하고는 지지리 못된 놈의 전생 치부책을 들쳐보았데요
"0000년00월00일 00시 아모게에게 <짚 한 단> 적선"
허걱.
럴수럴수 이럴 수!!!!!!!!!!!!!!!!
그러나 염라대왕의 말 한마디는 중 만금.
이 지지리 못된 놈은 짚 한 단으로 천당문을 "딸깍" 소리나게 따고 들어가면서 염라대왕한테는 이렇게 말했데나요?
"메렁메렁......"
오늘 저에게 차려주신 따뜻한 밥상과 차 한 잔, 그리고 반기는 웃음이 너무 좋았고 고맙습니다. 저는 딸랑 편지 한 장 부치면서 내 전생 치부책에 이렇게 써갈기 놓습니다.
"최마리 예로니모수녀님, 내 편지 받고 입 찌져지시다-좋아서!"
안녕.
가장 작은 자에게 베푼 일, 지지리 못된 놈의 짚 한 단 적선.
그리고 부모에게 혹은 이웃에게 한 작은 정성
열쇠 받으십쇼 히히..
전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