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내가 조끼를 보라색으로 떠서 입었잖여. 그걸 입구선 딸래미한테 "엄마 이뿌지"하며 자랑허는데
엄니께서 회관에서 돌아오셔서 내 자랑하는 소릴 듣구선 "야이, 상민에미야 그거 나 좀 입어보자"하시는겨. 그래서 벗어 드렸지. 입어 보시등만, "이건 날 주고 내가 실값 줄테니 니는 새로 짜 입어라"그러시는겨. 아무래도 할무이옷은 브이자로 파인 조끼가 이쁘잖여. 나는 목이 올라오게 짰고 또 길이도 짧아 엎드리면 등때기와 엉뎅이 경계가 다 드러나여. 그래서 엄니께 "어머님, 이건 좀 짧게 짜서 어머님 등이 시려우실테니 제가 좀 길게 새로 짜 드릴게요" 그러니까 "그럼 그러던지"하시네.
그길로 바늘에 다시 코를 걸어 조끼 한 벌을 짜기 시작했지를.
<제 옷은 그리 열심히 짜등만 내껀 시남시남 짜주네>이러실까바 시간 나는대로 실을 움켜쥐고 있으니 고스방이
뭐라해요.
"눈도 곰팽이 핀것이 뭣하러 그 딴건 자꾸 짜 싸~"
"으응..내가 하나 짜 입으니 어머님이 이뿌다고 어머님것두 하나 짜 달라 하시네"
어머님이란 말이 들어가니 고스방 암말 안혀요.
내가 생각이 짧았어. 어머님 것부터 미리 짜드리고 내걸 짜 입을텐데.. 머리카락 쥐어뜯어봐야 소용없는 일이재. 그냥 짬짬이 짰는데도 오늘 팔 둘레하고 목 둘레만 고무뜨기하면 다 짜네.
얼릉 짜서 겨울 다 가기 전에 엄니 드려야지.
뒤안에 보도블럭을 깔아 놨는데, 그 틈새기마다 풀들이 올라와요. 저걸 농약제초재를 뿌려서 없애버리나..생각중. 이끼처럼 그 툼새에 뿌리를 내리며 어찌나 잘 퍼져나가던지. 한참을 그걸 쳐다보고 앉았네. 세상에 제 목숨을 푸르게 내미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그 수를 늘려간다는 말씀을 예전에 들었지. 선생님이 존재의 제 1법칙이라고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생생해.
가만히 앉아서 옛날 생각하면 흐득흐득 슬픔이 꽃잎처럼 떨어져.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살것인가 눈만 뜨면 기도했어재.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간들이 손톱만치도 없재요. 어찌 생각하면 멍청허니 바보가 된것 같지. 눈물을 흘리며 뜨겁게 갈구하던 것들이 무엇이였는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은 나는데 지금은 그때의 화두들이 전혀 실제감이 없으니.
나는 그 동안 어떻게 살아내었기에 이리도 무덤덤하게 되었나 싶지.
세세히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작성하면서 산 세월이 아니여서 내 삶이 이것이였어..하고 손바닥 우에 얹어 놓을 명세는 없는데 그래도 살아온 시간이 있기에 그 시간 내내 나를 관통하며 꿰어간 굵은 끄나풀은 있겠지. 그것이 붉은색인가, 푸른색인가 또 어데만큼 굵은가 어떤가에 대해 확연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런게 하여간 있긴 있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는겨. 그게 나여.
몸부림치며 살기보다는 적당히 안주하고 타협하고 살았으니 피 튀기는 전쟁도 없었고, 전쟁이 없으니 자연 전리품도 못 챙겼을 밖에. 그래서 슬프냐고?
천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