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힘 뒀다 어디다 써 먹을라구.

황금횃대 2006. 3. 9. 08:35

아침에 설거지 끝내고, 늘어진 뱃살을 처치하기 위해 고심하며 앉았는데 어머님이 문을 여신다

"야이 상민에미야 이것 좀 보아"

"무슨 일인데요 어머님"

"이기 와 이렇노"

하시며 어머님이 바지를 내리시는데 사타구니와 허벅지 안 쪽이 발긋바긋 수포가 생기고 어떤것은 제법 크게 물집이 잡혔다.

"어젯 밤에 잠을 못잤네 어찌나 뭐가 잡아 뜯는 듯이 아퍼서. 막 살을 꼬집어 뜯는것 같기고 하고 콱, 콱 쥐박는것 같기도 하고 뭐라 어떻게 아프다고 말도 못하겠더니 아침에 화장실가서 보니 이런게 생겼네. 아이고 그렇게 아프면 사람이 어떻게 살까"

 

한 눈에도 그것이 대상포진이란 걸 알아차린다.

점심을 먹고 아버님 차를 타고 김천 카톨릭피부과 병원으로 갔는데 고스방은 그 병원 주차장이 좁고 차 돌리기 힘드니까 어떻게 하라구 내게 전화로 이야기한다.

사람 아픈게 더 문제지 차야 뭐...그라고 아버님이 당신보다 더 운전경력이 많으시네요 하고 한 마디 할래다 그렇게 얘기하면 분명 버럭 소릴 지를게 뻔하니까 내비둔다.

 

병원입구에 내리고 아버님은 주차를 시키는데  건물 이층에 병원이 있어 지팽이를 짚고 간신히 걸음 하시는 어머님이 올라가시기는 참 난감하다. 계단 난간을 붙잡고는 헉헉거리며 겨우 올라가셨다. 병원에서 치료 받기 위해 기다리고 또 의사가 있는 방까지 걸어가고 하는게 여간 위태롭지가 않다.

 

대상포진은 수포가 문제가 아니고 통증치료를 잘 해야 한다면서 의사가 이렇게 거동이 불편하시면 대전 큰 병원으로 가서 입원을 하시라고 한다. 어머님은 그럴 생각이 없으시다.

"많이 힘드시면 입원을 하세요 어머님"

"내 입원하면 니가 병원 와 있어야하는데 집 식구 밥은 어쩌고..."

당신 몸 아프신 것은 뒷전이고 식구 밥이 더 걱정이다.

나 같으면 식구 밥이야 어찌됐던 내 몸이 더 중할 것 같은데 말이다.

 

치료 받고 계단을 또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저걸 어쩌나..싶어서

아버님 올라 오셨기에 가방하고 지팽이를 맡기고는 어머님을 업었다.

무겁고 힘들 텐데 어떻게 내려갈라고...

 

병원 출입문 사이에 앉아 어머님을 업고 일어 서는데 아이고 간신히 일어나겠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 동네 씨름선수 아닌가. 끙` 하고 단전에 힘을 주어 다리를 일으켜 세우니 뽀드시 일어나진다. 어머님을 뒤로 감싸 안고는 출썩, 자세를 바로 잡아서는 계단을 내려간다. 그렇게 내려가니 순식간에 내려간다.

 

저녁에 퇴근한 고스방한테 그 얘기를 하니까,

뚝소 여편네가 힘 뒀다 어디 쓸라구...한다.

말을 저렇게 해도 속으론 고마와하겠지.

(내 혼자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