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6. 3. 18. 09:12

 

<둘도사님 블로그에서 쌔비옴- 물론 허락도 안 받음. 내중에 술 한잔 같이 먹으면 그것으로 오케이> 

 

 

 

가끔 강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은 수묵화로 남아 있는 풍경 하나 머리에 씹히는 날은
종일 강을 바라 보고 싶은 마음으로 몸살을 한다
그런 날은 내가 한 없이 슬픈 날이다


슬픔을 내게 기대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 할 때가 있다
둘러 보아 주위는 늘 동떨어진 풍경인데..나는 자꾸 그리로 다가간다
허공이다
만져 질 수도, 觸診할 수도 없는 허공이다
나는 혼자 등 돌리고 운다
그런 날은 울어도 울어도 비 오듯 눈물이 쏟아진다


그런저런 누추한 살림을 햇빛 아래 거렁뱅이 살림 거풍하듯 내어 널 때도 있다
바람은 적당한 속력으로 누더기를 만져주고
햇살은 태초의 자외선으로 그것들을 소독한다
밥그릇 홈에 가득 고인 때가 검은 테두리를 형성하고
그것은 세월을 견디어온 주름처럼 단단하다


생각을 쳐 덮어 놓고 이불을 끌어 당기면
밤은 늘 그 속력으로 하루의 덧문을 내리며 눈꺼풀로 스며든다
죽음 같은 잠
꿈도 없는 잠
숙제도 없고, 복권 번호를 맞춰 볼 필요도 없는 잠...


그 잠의 부드러운 속살에 나는 온 몸을 맡긴다
비로소의 평화가 늘 그립다

 

 

 

*저렇게 뭐라고 쪽지에 써 놓은 걸 보면 그 날은 내가 몹시 슬펐거나 사는 일이 고단했을 것이다. 근데 구체적으로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밝혀 놓지 않았으니 지금으로서야 그 까닭을 전혀 알 길이 없다. 그래..사는 일이 그런게야. 그 때는 저렇게 쥐어짜는 슬픔속에 있었다하나 지금은 그 까닭을 조금도 알 수가 없으니 지금의 속씨린 갈등도 지나고 나면 허헛 웃음 나오는 것이겠지.

 

덤불 속에 올라오는 쑥 살찌라고 봄비가 잦다.